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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대전 체면 살린 '임비(YIMBY)' 현상

2021-04-08 기사
편집 2021-04-08 18:02:01
 정재필 기자
 jpscoop@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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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만연하는 지역 이기주의
전민동 주민들, 생활치료센터 이전 막판 합의
소통부재 속 발휘된 성숙한 시민정신에 박수

첨부사진1정재필 취재2부장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효율성, 시민의 발언권 등이 이전보다 강해지면서 사회적 변화도 상당했다. 그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역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다.

이익이나 손해가 예상되는 지역 개발이나 각종 시설 입지 등을 둘러싸고 지자체는 물론 지역, 소지역, 시민들의 집단행동양식은 이미 사회적 문화나 풍토화가 된 지 오래다.

지방자치제 아래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필요충분조건이지만, 지역이기주의는 사회적 갈등은 물론 행정력 낭비, 더 나아가 사회적·물리적 비용 증가와 배타적이며 규제적인 행정 관행 만연을 초래하고 있다.

지역이기주의는 대개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과 핌피(PIMFY:Pleas IN My Front Yard) 현상으로 나타난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폐기물 처리장 등 혐오시설 및 위해시설이 자기 지역에 설치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님비'고, '핌피'는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문화체육시설, 체육 경기장, 각종 대형사업을 적극 유치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들 현상이 고착화되고, 심화되면서 공공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거나 공공의 이익이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이다. 199년대 말 서울시 최초로 추진한 도심 장례 화장시설인 추모공원 추진은 님비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해당 구청과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심지어 7년간 법적 분쟁에 휩싸였지만 주민들과 430회에 걸친 대화와 소통은 결국 14년 만의 사업 완성으로 귀결됐다. 최근 확정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은 핌피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익히 알려진 그대로다.

엊그제 대전 유성구 전민동 LH토지주택연구원을 코로나 19 충청권 권역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대전시와 전민동 주민들이 막판 극적으로 합의했다. 시는 당초 지난 1일부터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대로 연기됐다가 5차례 주민설명회 끝에 주민 동의를 얻어냈다. 전제조건이 붙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과 현명한 판단에 힘입어 해당 연구원을 향후 충청권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권역별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중 경증 환자를 격리시켜 생활 및 치료를 지원하는 시설이다. 병원은 아니지만 감염병 환자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다. 코로나 19 조기 극복을 위해서는 더더욱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인 셈이다.

그동안 충청권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했던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이 운영 종료되면서 지역 내 코로나 확진자들이 경기지역으로 이송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타결 과정에서 아쉬웠던 소통 부재는 또다시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연구원 인근에 6500여 가구가 살고,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 9개 교육시설이 몰려 있다 보니 주민들의 불안이나 우려가 상당한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시는 안전성이 확보됐고 정부 지침에 근거해 거점 치료센터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번복할 뿐이었다.

앞서 시는 충남 생활치료센터 선정 당시 문제가 됐던 주민 반발을 우려해 일찍부터 해당 연구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제조치의 일환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뿐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왕 정해진 거라면 애초 양해도 구하고, 어떤 대책을 세우겠다고 제시해야 했다며 우롱당하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더욱이 수차례 주민 동의가 불발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님비현상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나마 허태정 대전시장이 뒤늦게 직접 협상에 나서면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만약 전민동 주민들이 충청권 코로나 권역 생활치료센터 전민동 이전을 끝까지 반대했다면 부끄러운 대전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임비(YIMBY:Yes In My BackYard)를 선택한 성숙한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재필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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