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도 지정받았지만
공공기관 없어 천수답 처지
시즌 1 준용 이전 물꼬 터야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지난해 10월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고시 이후 6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지역은 그 나비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거의 겹치는 까닭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지만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혁신도시 시동을 걸 때가 됐다. 내년 3월 대선 일정표를 감안하면 시간과의 싸움일 수 있어서다.

지역 정치권도 대오를 정비하는 모습이다. 최근 민주당 소속 13명 의원이 참여해 발의한 국가균형발전법 개정안만 해도 나름 의미가 부여된다.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이전 절차와 심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세종진입 장벽을 높이는 입법적 장치다. 지난 1월 말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도 선제적 공략으로 볼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 시 대전·충남 혁신도시에 한해 우선 배려 조항을 둔 게 눈에 띈다.

대전·충남은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혁신도시로 지정돼 법제적 외양은 갖추었지만 거기에 멈춰 서있는 게 작금의 현주소다. 혁신도시 지정이 필요조건이라면 도시를 채워줄 공공기관 이전은 충분조건에 해당한다. 기존 10개 혁신도시가 저마다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대전·충남은 어렵사리 혁신도시 타이틀을 얻었을 뿐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공공기관 이전 씨앗이 뿌려지지 않은 천수답 혁신도시를연상케 할 정도다.

대전·충남은 `고도를 기다리며` 참을성만 키워왔다. 정부의 시즌 2 물꼬가 터질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보니 무력감도 짙어져 간다. 하염없이 이 모순적 상황에 갇혀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의 지역의원들이 참여한 균형발전법 개정안 발의도 좋은 접근법인 것은 맞다. 그럼 이들 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되기만 하면 만사형통일까. 그건 아닐 듯 싶은 게 첫째 이들 법안이 처리된다는 기약이 없는 데다 둘째는 법안 취지가 기본적으로 방어적 사고기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계산에 넣을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견인하기에는 일정 부분 한계성이 따른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 배치하기 위한 빠른 길은 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이전 작업 실행이다. 다만 언제 된다는 보장이 없어 딜레마다. 이 상황에는 역설적 의미 요소가 내재돼 있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시즌 2 논리에만 포섭돼 있을 이유가 없을 듯하다. 혁신도시 시즌 2라는 것은 정책 공급자적 논리이면서 기존 10개 혁신도시들의 기득권적 사고와 호응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시즌 2의 양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각성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시즌 2는 혁신도시 시즌 1의 확장 버전 격이며 그런 탓인지 혁신도시 지정이 지연된 대전·충남은 시즌 2 그룹으로 분류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상식 논리에 입각해 따지고 들어가면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시즌 1.5 대상으로 규정하는 게 정책 목표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시즌 2는 미래에 실현될 것을 가정하는 반면, 시즌 1.5는 시즌 1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이다. 시즌 1에 준해 시즌 1.5 지위가 인정되면 시즌 2와는 별개로 공공기관 이전 작업이 속히 뒤따라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작동하고 있는 관계 법령 효력으로도 불가능하지 않다. 시즌 1 혁신도시들처럼 균형발전법과 혁신도시법에 의거해 주무부처 협의, 국토교통부 및 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진행한 후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면 될 일이다.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혁신도시 시즌 1 그룹에 준하는 혁신도시 1.5 지위에 있다. 이에 상응한 공공기관 우선 투입은 정부 책무의 영역이다. 지역 정치권도 여기에 영점을 맞춰야 한다. 나병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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