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作 '화장실 프로젝트'

신미경, 화장실 프로젝트, 비누, 향수, 색소, 2012.
신미경, 화장실 프로젝트, 비누, 향수, 색소, 2012.
우리는 우산이나 지갑을, 가까웠던 연인과 가족을, 익숙했던 풍경을,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을 잃기도 한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이러한 상실의 고리는 누구에게나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된다.

누구나 경험했던 삶의 여러 페이지를 다루고 있는 `상실,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내달 9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애도일기와 사물일기, 외면(外面)일기, 전쟁일기 등 개인적인 사유를 담고 있는 일기 형식으로 기획됐다. 일상적인 사물을 재해석하는 섹션 2 `사물일기`의 참여 작가인 신미경은 여러 문화권의 유물의 자연스러운 소멸을 유도하는 비누 조각을 선보인다. 특히 화장실에 놓인 비누 조각상이 관람객들에 의해 닳고 결국 소멸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화장실 프로젝트(2012)`는 주목할 만하다. 내 손 안에서 소멸되는 비누 조각상, 그 특별한 순간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상실은 무엇인지 자문하며 전시를 관람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홍예슬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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