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시인

공약

김정숙

사람답게 사는 법 펼쳐 보이겠다며

인가 근처 터 잡은 신출내기 뻐꾸기가

막 익은 보리밭 향해

"떡국!

떡국!"

외친다

금빛 살짝 도는 보리밭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배부르던 시대를 살았다. 보리 익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뻐꾹새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뻐꾹새 소리에 귀 기울이시며 뻐국뻐꾹 들리느냐 떡국떡국 들리느냐 묻곤 하셨다. 뻐꾸기가 떡국떡국 울면 풍년이 든다고. 뻐꾹이라 생각하면 뻐꾹뻐꾹 들리고 떡국이라 생각하면 떡국떡국 들렸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소리가 뻐꾹인지 떡국인지 척척 구별하셨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보면 또 그렇게 들렸다. 익기 시작하는 보리밭을 보면 풍년인지 흉년인지 농부는 이미 알게 마련이다.

보리가 지나온 추운 겨울을 알기나 하는지 미처 익지도 않은 보리밭에서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소리를 내는 새. 떡국이라고 했는데 뻐꾹으로 들었냐고 해도 그만이고, 뻐꾹이라 했는데 떡국이라 들었냐고 해도 추수 끝나면 그만이다.

떡국떡국해도 뻐꾹뻐꾹해도 우린 투표를 했으니까.

<김정숙 시인은>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시조)로 당선. 시집 `나도바람꽃`, `나뭇잎 비문`을 펴냈으며 젊은시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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