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정차` 문제는 정치권 힘 겨루기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열차 운행 최단 거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호남 정치권과 지역 수요를 감안, 서대전역을 거쳐야 한다는 대전 정치권의 논리가 맞부딪힌 것. 이는 바꿔 말해 정치권을 포함해 두 지역 지자체가 풀어야 할 숙제로 치환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2015년 호남고속철 운행 체계 원안(용산역-광주송정역)을 손 본 변경안을 내놓았다. 변경안의 핵심은 대전 승객 수요를 고려해 전체 열차 편성의 20%를 서대전역을 경유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호남지역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열차 소요시간이 늘고 고속철도라는 KTX 본연의 목적이 사라진다는 게 반대 근거였다. 여전히 호남지역 일각에선 현재 서대전역 정차 횟수도 반대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전지역 정치권은 당시 고속버스 수요가 많은 광주보다 철도 이용객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서대전 경유를 주장했다. 고속철이 정차하지 않으면 호남을 찾는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논리도 펼쳤다.

이와 함께 대전-서울 상행선 KTX의 잦은 매진으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호남선 서대전-용산 구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역 갈등으로 치부되면서 결국 서대전역 정차는 최소한 운행으로 줄이는 것으로 결정됐다.

논란 끝에 반쪽 매듭에 그친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우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호남고속철을 붙들어 맨 대전지역 정치권과 여전히 저속철 우려를 드러내는 호남지역 정치권 역시 팽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내 철도사업의 태생적 한계를 꼬집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역 내 한 정치권 인사는 "철도 사업은 정치적 외압에 쉽게 휘둘리는 경향이 짙다"며 "이는 건설·운영·비용마련 주체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객체가 자신들의 입장을 우선 반영하려다 보니 교통 인프라 확충이나 국민의 입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

시민 정모(50)씨는 "지역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이 선거 승리 또는 인기 영합주의에 빠져 본질을 놓치는 것 같다"며 "정치적 논리 속에 스며든 `제 논에 물대기`식 SOC 유치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철도 수요의 중심인 지자체의 보다 명확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충청권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대전의 경우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 완료 시점을 대비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해 증차 등을 포함, 시 차원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호남선 고속화 사업과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광역철도 1호선이 완성되면 이용객이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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