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행 하루 29편중 서대전역 정차 고작 8편뿐
정치권·지자체, 수요 감안 증차 방안 마련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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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운행을 시작한 호남 고속철도가 충청권·수도권을 포함한 기호(畿湖)지방과 호남권을 하나로 잇는 핵심 교통망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국가기간교통망으로서나 국민의 진정한 발로서 역할을 다했다기 보다는 호남과 충청 지역 간 단절 등을 초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호남고속철 개통 직전인 2014년 하루 4500명에 달하던 서대전역 KTX 이용객은 2015년 절반 수준인 2200명으로 줄어들더니 2016년에는 1600명 까지 곤두박질 쳤다.

가까운 기간에 잣대를 대봐도 이용객 감소는 여전하다. 지난해 서대전역 KTX 이용객수(한국철도공사 자료)를 보면 5만 500여 명에 그친다. 하루 평균 150여 명을 채우지 못하는 수준이다.

원인은 대중교통 이용객 증감의 절대 지표인 `탈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선고속철도는 출발역인 서울에서 종착역 목포까지 하루 평균 29회 이상(하행 29회, 상행 30회) 운행 중이다.

하지만 이 중 서대전을 정차역으로 하는 열차편은 하루 8차례뿐이다. 목포행 고속열차 대부분 서대전역을 유유히 지나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14년부터 선로 위를 달리기 시작한 호남선이 100년이 지난 이제, `철도도시 대전`의 입지를 옥죄는 형국이다.

충북 오송-전북 익산을 잇는 직통 노선(하루 16회 운행)의 경우, 서대전역 정차 횟수는 4차례로 급격히 줄어든다. 주행 속도 확보를 위한 역간 거리를 감안하더라도 과거 철도교통 중심이었던 서대전역으로서의 체면이 깎이는 수준이다.

이용객이 줄면서 한국철도는 서대전역을 오가는 KTX를 계속 줄여와 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민 발길이 줄어들면서 주변 상권마저 위협을 받게 됐다.

더 큰 문제는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감차가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다. `충청·호남` 단절이라는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

업무 차 호남고속철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대전 서구·39)씨는 "광주와 목포 등 호남지역 출장이 잦은 편인데 가까운 서대전역에서 탈 수 있는 열차가 적어 오송역을 주로 찾게 된다"며 "가까운 곳에 고속철도역을 두고 이웃 도시인 청주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 정모(36)씨는 "여행 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부산 등 영남권의 경우 경부고속철도 이용이 편하다"며 "반면 호남 지역을 찾게 될 경우 청주 오송역이나 인근 공주역까지 찾아가야 해 열차 이용을 꺼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대중교통 편의성이 떨어지면 심리적 거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대전에서 맥이 끊긴 호남고속철이 자칫 호남과 충청권의 단절을 초래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김모씨(58)는 "고향으로 직접가는 고속열차가 생긴 지 오래지만 적은 운행 편에 이용하기가 어려워 답답하다"며 "나도 가족들과 함께 호남고속철도로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는 서대전역 서측 진입로(유천동 현대아파트 출입 가능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등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왔다.

서측 진입로 주변 공간 정비를 통해 미관 향상을 도모했다. 지역 특색과 정체성을 살린 조형물·경관조명을 설치하기도 했다. 대전역 이용객 증대·주변 상권 활성화 방향 모색 연구용역을 통해 얻은 대안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대전 지역 한 교통관련 전문가는 "역세권 활성화 보다는 열차 정차 횟수를 늘리는 게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며 "호남·충청 간 철도 교통 수요를 감안해 고속철 정차 횟수를 늘리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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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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