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김지영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코로나 시대는 학교의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게 했다. 온라인 수업이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공부 때문이라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지만 만남 때문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관계는 행복의 열쇠다. 하버드대에서 75년간이나 "어떤 사람들이 행복한가?"를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행복의 첫째 조건이 "인간관계"로 밝혀졌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좋아지고 심지어 수명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가족이 많고 이웃과 어울려 살던 때에는 관계능력은 자라면서 저절로 길러졌다. 지금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관계의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골목과 마을이 해주던 관계능력 교육이 학교의 몫이 된 것이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미래교육체제 대국민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물은 결과 학부모, 교사 모두 "공동체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학교는 좋은 관계를 맺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는 말이다.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들이 길러야 할 중요 역량을 묻는 질문에도 "공동체에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서-관계 역량"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관계능력이야말로 미래 역량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서 관계능력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나? 초등학교 바른생활과 도덕시간에 잠깐 배우는 것 외에는 생활교육의 중심에 `학교폭력`이 놓여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법과 제도가 매우 촘촘해졌다. 학교에서 생활교육은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사안처리에 파묻혀 관계능력 교육까지 확장할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학교폭력이 대폭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은 갈등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피·가해 학생 간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학교가`사법`기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좋은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활동을 도입하여 학급운영을 하는 교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교사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기에 지속성이나 체계성을 갖기 어렵다.

학교폭력사안 중심의 생활교육, 교사의 의지에 좌우되는 학급운영의 한계를 넘어 관계능력 교육을 전면화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그동안 긍정학급훈육, 비폭력대화, 평화샘 프로젝트, 어깨동무, 회복적 생활교육 등 다양한 방법이 학교에서 교사 각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져왔다. 이제는 공동체 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계맺기 방법들을 서로 유기적이며 조화롭게 구성하여 생활을 교육과정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올해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되었던 정책에서 학교 구성원 간의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높이고 배려와 공감의 문화를 배우는 관계중심 생활교육을 학교 생활교육의 중심에 놓으려고 한다.

코로나시대는 학교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가르쳐 주고 있다. 학교는 관계를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코로나는 고통과 불편함도 많았지만 만남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깨워 주는 기회가 되었다. 학교가 상처와 고통으로 피하고 싶은 갈등에 직면하여 서로 다름을 경청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배려와 공감을 배울 수 있도록 변화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관계맺기를 배워 행복한 미래를 가꾸어 가기를 바란다. 김지영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