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대전·세종 집값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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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과 세종의 집값은 `나홀로 뜀박질` 중이다. 다른 지역이 정부정책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도 대전·세종은 꿈쩍하지 않는다. 부동산업계에서조차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해 만들어진 신생도시 세종이 각종 호재를 만나면 집값이 널뛰고, 인접한 배후도시 대전은 충분한 자가발전 여력을 갖춘데다 세종 여파가 더해져 덩달아 오르는 동반 상승장이다. 하지만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집값의 롤러코스터가 내리막길에 접어들게 되면 이른바 `가격거품`이 꺼지고 그 상승 폭만큼 깊은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시그널 역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44.93% 그리고 60.60%=세종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3월 넷째주(2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상승했다. 앞서 3월 첫째주부터 셋째주까지 0.17%, 0.18%, 0.16%씩 올랐다. 부동산원은 "행복도시내 보람·도담동 위주로 가격이 오르며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각각 0.16%, 0.24%, 0.12%, 0.1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급등 피로감이 누적돼 상승폭은 소폭 축소됐지만 행복도시내 다정·종촌동, 조치원읍 중저가 단지가 오름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솟는 세종 집값은 지난해 통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부동산원 집계 결과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는 2020년 한해 44.93%, 전세가는 60.60% 뛰며 전국 1위를 찍었다. 그 해 정치권에서 시작된 행정수도 세종 완성, 국회 세종의사당(분원) 설치 등 대형 정치 이슈가 세종 집값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종 아파트 가격의 충격은 공시가 급등에서 되풀이됐다. 3월 중순 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70.68% 올라 상승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 지역의 아파트 등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폭등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세종지역 공동주택 중위가격은 올해 4억 2300만 원으로 지난해 2억 3200만 원에서 82.3% 올랐다. 서울은 지난해 2억 9900만 원이었으나 올해 27.1% 오른 3억 8000만 원으로 평가되며 세종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정부가 2006년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가격 순위에서 서울이 다른 시·도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은 대부분 신축 아파트인데다 지역별 생활환경 편차도 크지 않아 집값이 골고루 많이 뛴 것으로 보인다.

◇견고한 상승장 대전=대전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는 견고하다. 부동산원의 집계 결과 매매가 상승률은 3월 한달 동안 0.40%, 0.38%, 0.35%, 0.32%로 이어졌다. 0.2%대인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양호한 주거·교육 환경을 밑받침 삼은 서구와 대전 혁신도시 지정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동구·중구·대덕구 등 대전 전역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전세가격 또한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따른 이사수요 등으로 0.3%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난 한해 대전의 아파트값은 꾸준히 올라 연간 18.1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가 상승 폭도 14.63%에 달한다. 전국 평균으로 매매가격이 7.57%, 전세가격이 7.32% 각각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종과 함께 폭등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으로 대전에선 올해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729채에서 2087채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대전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20.57%로 지방 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멈출 줄 모르는 대전·세종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두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정부의 2·4 대책 발표와 앞서 나온 임대차법에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게 기본 전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가격 상승 폭에 견줘 하락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고 저금리 기조 아래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으로 떠받쳐온 아파트 가격 상승 릴레이 구조가 연쇄적으로 상당한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은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정책변화가 가계 재정부담을 촉발해 가격 버블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아파트 가격이 조정에 들어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차츰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대전과 세종은 전혀 그런 바람을 타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가격 상승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종은 완성된 도시를 향해 여전히 개발단계에 있고 세종과 연접해 있는 배후도시 대전의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건 어쩌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도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언제까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수만은 없고 일단 내림세로 돌아서면 추락 폭이 커져 무리한 대출 등으로 규모화된 가격 상승장에서 가계 부담이 가중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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