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2017년 전 국민의 관심이 되기 시작한 미세먼지 문제부터 인류가 고통받고 있는 코로나 창궐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2020년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약속을 의미하는 NDCs(국가결정기여 또는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와 그 구체적인 전략을 담은 LEDS(장기저탄소발전전략)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은 물론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2050 탄소중립 선언, 수직녹화, 그린리모델링 확대 등 건강하고 깨끗한 환경을 위한 다양한 선언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기후변화가 단순히 더위 또는 추위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건강과 삶,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음에 경각심을 느낀 결과다. 코로나로 시작된 위기의식은 한동안 우리에게 잊혀있던 `탄소중립`이라는 이슈를 상기시켰고 도시와 건축, 건강한 개발 방식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이런 선언들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기존 건축물에 대한 대안이 그러하다. 오래 전부터 신축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에너지 절감, 탄소배출량 저감 등 대책은 시행되고 있다. 녹색건축인증제, 에너지절약설계 의무화, 신축 공공건축 제로에너지 의무화 등 대책이 그러하다. 전문가들은 전체 건축물 중 기존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기존 건축물에 대한 에너지 절감, 온실가스 감축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시행 중인 정책 중 하나가 그린리모델링이다. 하지만 그 실행은 요원하기만 한데 정부도 이자지원사업 외에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네 부동산에 대한 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 재개발, 재건축 등 재축을 선호하지, 리모델링 등의 대수선, 증축 등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린리모델링 역시 결국 리모델링이다. 리모델링이 실시되지 않으면 그린리모델링도 공허할 수 밖에 없다. 민간영역 중 그린리모델링 실시가 많이 이루어진 주거부문에 대해서도 결국 창호 교체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리모델링 실시가 가능한 도시적, 건축적 법제 개선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건축계획적, 구조, 구법, 재료 등 기술적 해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설비 교체라는 반쪽짜리 해법으로 귀결될 것이다.

수직정원도시, 수직녹화, 벽면녹화 선언 역시 비슷하다. 2018년을 전후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 정부 뿐 아니라 다양한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정책들이 추진 중이다. 옥상녹화는 오래전부터 장려하고 있다. 벽면녹화는 고사하고 옥상녹화 역시 법적으로 혜택을 보는 면적과 같은 수준 이외에는 건물주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건축물 벽면이든 옥상이든 녹화를 위해서는 건축주들을 움직일 수 있는 법·제도적 장려책 또는 한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입면에 대한 디테일, 하중에 대한 구조적 검토, 방수에 대한 해법 등 건축적 해법 역시 요구된다. 조경 전문가 또는 생태학 전문가만의 노력만으로는 요원한 것이다. 관련 협회들 외에 건축 전반에 대한 관심과 해법 제시는 다소 부족해보인다. 주거 문제, 부동산 이슈가 우리 사회의 건축·도시 이슈와 현안들의 도그마가 되어서 일까. 학회 차원의 대대적인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고, 학회 내 소규모 위원회 중심의 세미나만이 마치 기존의 이슈를 다루듯 소수로 이루어질 뿐이다. 관련 전문가 토론회, 기술세미나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 코로나 발원의 근원적 이유로 환경,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사회 각층에 지대한 것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근원에 도시, 건축이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환경정화기술이 개발되고, 훌륭한 기계설비가 개발되어도 그것이 실현되고 담길 도시, 건축이 같이 고민되어 마련되지 못하면 결국 반쪽짜리 대책이 되고 말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도시·건축환경을 지속가능하게, 생태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중심으로 한 법·제도적 개선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근원적 대책 마련에 고심하기를 기대한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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