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銀 퇴출후 20여년간 부재…시중·타지 지방銀 각축장 변모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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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불모지 대전·충청권에서 `지방향토은행 재건`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전·충청을 주무대로 한 굴지의 지방은행 `충청은행` 설립으로부터 반세기 만에, IMF 외환위기 직후 충청은행이 퇴출당하고부터 23년 만의 귀환이다. `지역의 강자` 지방은행이 사라지면서 무주공산이 된 대전·충청에는 시중은행과 타지 지방은행들이 속속 진출하며 난립하고, 크고 작은 지역기업은 오랜 금융소외에 돈줄이 막혔다.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로운 지역성장을 견인할 핵심과제로 향토은행 재건을 밀어 올린다면 강력한 추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1998년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내세워 충청은행과 대동·동남·동화·경기은행 등 5개 은행의 퇴출을 결정했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지역자본의 집대성, 내자(內資) 동원의 극대화`를 명분으로 지방은행 설치를 시작하면서 1968년 들어선 충청은행은 개점 불과 30년 만에 외환위기의 격랑 속으로 휩쓸려갔다. 당시 총자산 4조 8893억 원에 직원 1765명을 둔 지역 대표은행으로 성장해 있던 충청은행이 일순간 자취를 감추자 대전·충청지역은 전국구 대형은행들이 파이를 나눠 갖고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들이 각개진출해 교두보를 마련하는 각축장으로 변했다.

대전·충청권에서 지방은행 재건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10년 전으로 당시 염홍철 대전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역경제 선순환 체제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가장 주도적이던 대전시는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비율이 대전·충남 43%로 지방은행 소재지역인 부산(53.3%), 대구·경북(60%), 울산·경남(58.9) 등에 비해 저조하다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설파했지만 지역간 이견의 벽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론 재점화에는 끊임없는 지역자본 역외유출과 `충청권 메가시티`가 상징하는 지역통합론이 군불을 때고 있다. 특히 충남의 역외 소득유출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9 지역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충남의 지역외순수취본원소득은 마이너스 25조 원으로 전국 최고다. 지역총소득(총본원소득)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을 뺀 것으로 이 값이 음수라는 건 소득이 순유출됐다는 뜻이다. 충북도 -13조 원에 달한다. 지역 연고의 향토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산업간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산업 전반에 돈이 돌도록 하는 동시에 충청권 지방은행이 지역통합의 촉진제로 기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전·충청권의 경제체력이 괄목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지방은행 설립 이슈를 떠받친다. 지역소득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개인소득으로 대전(2050만 원)은 서울(2344만 원), 울산(2255만 원), 광주(2053만 원)에 이어 4위다. 지역총소득(명목)은 대전 48조 원, 세종 12조 원, 충남 90조 원으로 모두 전년대비 전국 증가 폭을 웃돌았다. 세종의 증가율은 8.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충청권은 소득과 함께 소비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소비는 대전 38조 원(3.2%↑), 세종 12조 원(9.9%↑), 충남 52조 원(3.5%↑)을 기록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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