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이후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향토은행 없는 시간이 무려 22년이나 됐다. 지방은행 설립은 수십 년 간 필요성에 공감하는 수준에만 머물렀고,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기반의 지방은행 필요성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방은행은 충청과 강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대전·충남 연고의 충청은행이 1998년 6월 하나은행으로, 충북은행이 1999년 4월 조흥은행으로 합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전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전북이나 제주도까지 다 있는 지방은행이 충청도에만 없다. 그 여파로 지역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게 됐다.

지방은행이 왜 필요한지는 오히려 설명이 구차할 정도다. 지방은행은 지역 기업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지역 기업을 이끌어가는 견인차나 다름없다. 우선 시중은행에 비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깊고 넓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중은행이 외면하는 지역 중기에 긴급 수혈을 할 수 있고,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에겐 더 많은 투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 작게는 고용창출에서 중소벤처기업 지원, 지역자금 역외유출 방지, 지자체와 연계한 정책자금 지원까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충청 연고의 지방은행이 사라진 빈자리는 시중은행과 외지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2008년 대전에 첫 점포 개설 이후 이미 6개의 금융점포를 운영하고 있고, 부산은행은 2014년, 대구은행은 2019년 대전에 진출했다. 외지 은행들은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을 불러오고, 지역 기여도 또한 낮을 수밖에 없다. 지방은행이 없다 보니 충청권 지자체의 금고도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크게 양분하고 있다.

지방은행 설립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 지역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지방은행이다. 지역기업이 몸통이라면 지방은행은 대동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은행 설립은 자본금 조달, 시중은행의 견제, 충청권 지자체 간 합의 등 여러 난관과 숙제가 있을 수 있다. 지역 사회가 동의한다면 이 모든 게 해결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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