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금 전국형 금융기관에 예치돼 역외유출 가속화
중소기업 지원 등 열악…지역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이 없는 대전에서 지방은행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전에서만 영업하는 은행이 부재함에 따라 지역자금 역외유출과 지역기업 경쟁력 저하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은 20여 년 동안 지방은행이 없고, 인근 세종시와 연계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탓에 유독 타 지역 지방은행 진출이 잦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충청은행을 합병한 KEB하나은행이 충청권 밀착 금융기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 만을 위한 금융영업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역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는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김종훈 전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광역시도별 여수신 통계` 등 자료에 따르면 대전은 지역 내 총생산 대비 자금 역외 유출 비율이 41.3%로 집계돼 전국 평균(20.1%)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대전은 지방은행이 없어 지역에서 형성된 자금이 지역으로 환류하지 않고,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있다"며 "지역에서 조성된 공공자금이 시중은행과 전국형 금융기관에 예치 관리됨으로써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행이 있다면 이 같은 자금유출을 막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대출 조건 완화, 낮은 이자 등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지역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시중은행과 타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들의 지역 환원에 인색한 부분도 지방은행의 설립을 재촉하는 이유다. 정 교수는 "타 지역 기업들은 지역에서 사업이익을 낸 후 곧바로 빠져나가 이로 인한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지역기업이 사업 과정에서 인재 채용이나, 중기 연계 사업,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재투자 역할 등을 원활히 하려면 지방은행이 설립돼 그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전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시중은행과 타 지역 본점 은행 등이 지역에서 거둬들인 수익 일부분을 환원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방 은행의 경우 설립 취지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시민과 기업들은 해당 은행을 애용하고 은행은 그 수익을 지역을 위해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게 돼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대출 조건 강화도 지역은행이 부재한 대전 지역 기업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겨 PF대출 등을 예전처럼 쉽게 해주지 않는다"며 "타 지역 지방은행의 도움을 받는 기업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대전·충청을 중심으로 하는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귀띔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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