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지난 시간엔 한때 유럽 사회를 풍미했던 낭만주의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전 유럽 아니 거의 전세계를 휩쓸었던 낭만주의의 광풍은 실로 하나의 시대정신이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할 것 같은 나폴레옹의 권좌도 무너졌고 저물어가는 19세기는 새로운 20세기를 맞이하려고 하고 있었다. 앞으로 몰아 닥칠 두 번의 거대한 전쟁의 광풍을 앞둔 폭풍 속의 고요함이랄까, 낭만주의적 예술사상을 교체할 만한 새로운 생각들이 고개를 살포시 들기 시작한다.

그 처음이 바로 `신고전주의`다. 사실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의 시작과 함께 했다. 특히 회화에서 그러했는데, 미술을 제외한 음악이나 건축에선 낭만주의의 몰락 이후에 나타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고전주의는 한마디로 다시 고전주의로 돌아가자는 사상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낭만주의의 자유와 개성이 식상하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는 조화와 균형보단 자유로운 형식과 개성 있는 표현을 중시한다. 따라서 다소 작품의 결이 거칠어질 수 있고 내용이 산만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다시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고전주의적 사고와 기법으로 돌아갈 수 밖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신고전주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술에 있어 신고전주의는 낭만주의의 시작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다. 고전주의적 예술사상이 저물어가던 18세기 무렵 프랑스 귀족의 생활상으로 대변하던 미술양식이 있었는데, 이른바 `로코코` 양식이었다. 로코코 양식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장식효과가 많은 귀족적인 미술양식이었는데, 이것에 반대하던 몇몇 화가들에 의해 신고전주의 미술이 주창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신고전주의 화가는 프랑스의 자끄 루이 다비드인데, 그는 가볍고 장식적인 로코코 미술을 극복하고자 그리스의 자연주의적 미학관 다시 들고 나온다. 그의 대표작 `호라티우스의 맹세`를 보면 다시 르네상스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호라티우스의 맹세` 그림을 보면 고전주의 미술의 상징인 3개의 아치가 등장하며 가운데 검을 든 노인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인 것을 알 수 있다. 대칭 또한 고전주의적 미술이 추구하는 중요한 기법 중 하나다. 왼쪽의 용맹스러운 모습의 군인들은 3명이고 왼쪽의 슬퍼하는 여인들도 3명인 것을 알 수 있다. 인물들은 고대 로마시대에 나오는 영웅적인 인물들인데, 로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맹세하는 호라티우스 집안의 남자들이다. 인물들은 매우 자세히 묘사되돼 있지만 역동적이라기보단 다소 정체돼 있는 형태에 가깝다. 이는 낭만주의 화가들이 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 것과 대조된다. 오히려 그러한 장면보단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과 같이 조화로운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엔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이 그림을 의뢰한 사람이 프랑스의 마지막 황제 루이 16세라고 한다. 프랑스 혁명의 결과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는 당시 땅에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할 목적으로 이 그림을 다비드에게 의뢰했다고 한다. 로마를 목숨 걸고 지키기 위해 나서는 호라티우스 형제의 모습은 지극히 영웅적이었고 프랑스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엔 충분했기 때문이다.

황성곤 배재대 실용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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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티우스의 맹세.
호라티우스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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