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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탓

2021-04-06 기사
편집 2021-04-06 07:05:28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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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취재2부 김용언 기자
코로나19 4차 유행의 두려움이 무섭게 차 오르고 있다.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던 대전에선 서구 둔산동 한 횟집이 집단 감염 뇌관을 건드렸다. 회 한 점으로 시작된 코로나 확산세는 젊은층이 찾는 감성주점. 노래방 등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물에 까만 잉크를 풀었더니 점점 퍼지고 섞여 '무질서도(엔트로피)' 상태가 된 격이다. 횟집, 감성주점에서 잇따른 코로나 소식을 접한 기성세대는 '젊은 혈기'를 탓 하기 시작했다. "젊은 애들이 문제야. 눈치 볼 직장이 있나, 지켜야 할 처자식이 있겠어?" 얼마 전 불혹을 넘긴 지인이 내뱉은 말이다.

핏대를 세우며 코로나에 무감각한 20대 청년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탓'의 수사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스며들었다.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글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 사람을 잡겠다며 사정기관이 LH를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생겼다.

걱정되는 게 있다. 탓만 하다가 지나갈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주말부터 대덕구 한 교회 신도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코로나를 목도한다. 여기에도 탓이 있다. 종교 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조심했어야 한다는 원성. 이것도 탓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탓'에 익숙해졌다. 물론 앞서 기술한 방역수칙에 소홀해 코로나 확산 매개체가 된 20대 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고, 개발 정보를 빼돌려 잇속을 챙긴 LH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잘못된 점은 고치면 된다. 시민 각자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하고, 대전시 등 지자체가 그동안 놓쳤던 일반음식점 인·허가 문제 등 시스템을 손보면 된다. 남을 책망하기 전에 스스로 '탓 거리'를 만들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잉크를 붓기 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면. 즉 엔트로피를 제어하려면 물을 끓이거나 밀도를 조작하는 등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남 탓을 묻는 시간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곁의 빈틈을 호시탐탐 노린다. 취재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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