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공교롭게도 충남자치경찰의 공식 출범일을 이틀 앞두고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살펴보면 자치경찰위원장이 밤에 예고 없이 일선 파출소를 찾은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 본인의 신분을 감추고, 밤에 암행 감찰을 하듯 현장을 찾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지만 자치경찰위원장이 파출소 직원과 언쟁을 벌인 점은 너무 경솔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제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공식적인 방문이나 회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부적절한 행동은 막 첫발을 떼고 있는 충남자치경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엊그제 충남자치경찰이 전국을 선도하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불과 며칠 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충남도 입장에서는 야심 차게 자치경찰을 출범시켰는데 위원장의 돌발 행동으로 난처하게 됐다. 임명권자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위원장의 거취를 포함해 좋은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자치경찰은 국가 사무와 수사 사무를 제외한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을 담당하게 된다. 충남자치경찰위원회는 충남도와 충남경찰청 양측의 입장을 잘 조율해 지방사무 처리에 누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첫출발인 만큼 자치경찰 주체들 간 엇박자가 날 수도 있고, 이를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충남자치경찰이 위원장의 돌출 행동으로 흠집이 나고 말았다. 그의 거취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출발부터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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