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한 어린이집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1시쯤 생후 21개월 된 여자 원아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놀란 이 어린이집 50대 원장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심정지 상태로 판명됐다고 한다. 아이 사망과 관련한 의문점은 현재 유일 단서인 CCTV 녹화영상을 통해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하다. 원장이 아이를 강제로 재우려는 듯한 행동이 관찰됐고 10여 분 그러다 현장을 떠난 원장이 1시간쯤 후에 다시 와서 본 아이 상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숨진 아이를 국과수에 부검 의뢰했다.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한 꼭 필요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최종 결과가 나오면 원아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시점에서 이 사건을 보면 원장과의 인과관계만큼은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장은 아이를 재운 당사자였으며 그 과정에서 아이 몸을 압박하는 동작 정황이 파악됐다면 이는 중대한 특이점으로 볼 수 있다. 적어도 아동학대 혐의를 다투는 데 있어 경찰이 우위에 설 수 있는 증거법적 바탕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한차례 더 반전 국면으로 진행된다. 녹화영상 분석 결과 원장의 추가 학대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숨진 원아를 포함해 다른 원아들까지 원장의 학대 피해 범위로 확대된다면 그 자체로 죄책이 무거워질 수 있는 노릇이다. 실정법에 저촉되는 아동 학대라는 나쁜 행동이 반복적인 양태를 보였다면 범죄의 미필성을 의심케 할 여지도 있다. 경찰도 이 사건 핵심 피의자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에다 치사 혐의를 병합시킨 것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할 것이다. 물론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재우려 한 것이지 학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경찰이 수사와 증거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내야 한다. 피의자가 부인하고 방어권적 주장을 펴는 것은 펴는 것이며 더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다.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쳤다는 것은 경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다만 이 사건의 양태적 측면에서 아동학대 혐의와 아동학대치사 혐의의 경계를 짓는 일이 여의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사팀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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