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표 대전대 총장

윤여표 대전대 신임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現) 지방대학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전대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전대 제공
윤여표 대전대 신임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現) 지방대학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전대의 청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전대 제공
대담=장중식 취재1부장

외면하고만 싶었던 현실이다. 오래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예고됐지만 지방대학들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지방대학이 맞닥뜨리고 싶지 않았던 현실을 부정하던 사이 매년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지방대학의 현실이 어쩌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는 윤여표(사진) 총장이 조심스럽게 내비친 대전대의 청사진과도 궤를 같이한다.

"미래사회에서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 총장이 제시한 지방대학이 가야 할 목표이자 비전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 캠퍼스가 활기를 잃었다"며 "초저출산에 기인한 입학자원 급감과 4차 산업혁명에서 촉발돼온 사회적인 변혁이 삼각파도로 닥쳐와 지방 사립대학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방대학의 상황을 진단했다.

윤 총장은 먼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이젠 대학이 과거의 틀에 안주할 수 없으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8월 발표될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을 앞두고 벌써부터 일부 지방대학에선 학과 통·폐합 등에 대한 구조조정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지방대학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지방대학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학진학연령인구의 절대적 감소, 그리고 감소한 입학자원이 수도권 대학들부터 차례대로 채워지는 현재의 대학 입학 구조 때문"이라며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자구노력을 해야 하지만 구조조정이 단순히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단언했다.

이어 "사회적 수요가 확보되지 않고 교육수요자로부터 선호되지 않는 분야는 정원을 줄이되 그 반대의 분야는 입학 정원도 늘리고 교수진도 확충하는 등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구조조정"이라며 "학제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대전 지역과 연계해 지역사회와 상생해야 하는 동시에 지역기업과도 연계해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관행처럼 여겼던 것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그동안 대학들은 교육수요자인 학생보단 공급자인 대학과 교수 중심으로 운영돼온 게 사실"이라며 "사회와 학생이 요구하는 역량이나 지식보단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고 학사구조나 학사조직에 있어서도 교수 중심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 대학은 교수들의 전공 중심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과제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기존 학사구조나 교육과정 운영, 대학 행정 등 모든 분야에서 학과나 전공의 장벽을 허물고 대학 내 인적·물적 자원을 미션 중심으로 공유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언했다.

윤 총장은 "지방대학이 수도권의 대형 대학들과 모든 학문 분야에서 같이 경쟁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며 "대전대가 한방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대학의 기존 특성화분야는 물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미래사회의 핵심이 될 첨단산업 분야에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라고 조언했다.

대전대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4차산업혁명 대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윤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과거 산업사회가 필요로 했던 특정 기술이나 지식에 특화된 인재가 아니다"라며 "대전대는 국내 최초의 리버럴아츠칼리지(H-LAC)와 미래기술 교육 및 융복합교육에 특화된 `미래융합대학`을 양대 플랫폼으로, `튼튼한 기본과 특별한 경험`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양성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융합대학`엔 AI융합학과와 핀테크학과를 비롯해 빅데이터사이언스학과, 정보보안학과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할 혁신 기술 기반의 학과들이 신설돼 있다"며 "서로 다른 학과와 전공들이 연계된 다양한 융합 및 연계전공과정으로 구성되는 융복합학부도 설치돼있으며 신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실무능력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나노디그리과정도 다수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 융복합전공을 이수하거나 혹은 자기주도적으로 설계한 학생설계전공을 이수함으로써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융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윤 총장이 제시한 대전대의 청사진이다. 이는 지방대학이 눈여겨봐야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건학이념인 `국가발전·문화창조·사회봉사`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지혜의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 미래대학의 새로운 표준인 대전대를 완성할 것"이라며 "대학 교시인 `진리·정의·창조`를 중심으로, 핵심가치인 `입체적 사고, 개방적 융합, 창조적 도전, 열정과 조화, 단순함과 새로움`의 혜화 가치체계를 구현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남다른 사고와 열정으로 변화를 주도하며 담대한 비전과 가치를 향해 창조적으로 도전하는 `지혜의 도시, 공동체`를 건설하겠다"며 "차별화된 교육모델을 제시하고 신개념의 대학운영 방식을 정착시키고 조직문화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적 융복합 인재` 양성을 통한 `글로벌 명문사학`으로의 도약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윤 총장은 "창의인재를 양성해 `신수도권 명문대학`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작지만 강한 `스마트한 명품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것과 함께 개교 50주년을 목표로 `NEXT 2030` 비전을 세우고 발전계획을 수립, 교육·연구·경영혁신의 `중장기발전방안`을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대학의 핵심은 `조화`다. 그는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상생하는 대학문화를 조성할 것"이라며 "대전대는 학생 중심 융복합 교육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시대의 사회변화에 적응하고 사회에서의 요구와 산업계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학제를 혁신적으로 개편하고 특성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첨단학과를 증설하고 특성화하고 융복합 교육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대전대가 `미래대학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학사구조를 혁신하는 데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리=강정의 기자

*윤여표 총장은 누구

윤여표 총장은 대전고와 서울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약학박사로, 충북대 약학대학 교수로서 35년간 후학 양성을 위해 헌신했다. 또 충북대 약학대학 학장을 비롯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과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및 충북대 총장 등 다양한 공직을 역임해왔다. 그가 이룬 교육 성과로는 석·박사 51명(10여 명의 대학교수)을 지도해 배출했으며 연구 업적으로는 국제학술지(SCI) 160편, 총 200편 학술논문, 특허 30건, 저서 10권이다. 그는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비롯한 황조근정훈상, 대한약학회 특별공로상, 청조근정훈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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