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몽환의 그 어스름. 저 멀리서 다가오는 희미한 그림자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아니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부른다. 한 정치학자는 이 말을 인용해 선거를 `개와 늑대의 정치`라고 표현했다. 선거 전에는 나를 반기러 온 `개`인줄 알고 뽑았는데, 그 개가 막상 당선되면 민의를 배신하는 `늑대`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2017년 그 엄동설한에도 수 많은 국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촛불을 들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를 우리의 손으로 일궈냈다고 환호하며, 곧 새로운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기에 현 정부와 여당은 `더` 그러면 안됐다.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월세 인상을 최대 5%로 제한하는 법을 대표 발의한 여당 국회의원이 정작 자신의 세입자에겐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 받아내는 그런 일 말이다.그리고 굳어져버린 본능처럼 또 다시 `탓탓탓`을 내놓는 그 해명 말이다.

`아내 탓`에 이은 `집주인 인상 탓` 이번에는 `부동산 사장 탓`까지하는 그 모습은 촛불 민심이 들고 일어난 배경이기에 더욱 그래서는 안됐다.

청렴한 척, 깨끗한 척, 세상에 있는 정의는 모두 끌어모으는 척 했으면, 그 방법론도 탓이 아닌 그럴싸한 척이라도 했어야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고개를 숙여 죄송하는 말만 되뇌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속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겠다." 이 정도의 기대까지는 무리인 걸까.

아마 촛불 민심은 전 정권을 반추하며. 단호한 절제와 함께 잘못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바랬을지 모른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우리는 다시 `개와 늑대의 시간` 앞에 섰다. 이번 보궐선거가 내년 대선 구도에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현재 어슬렁대며 다가오는 그 사물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어스름하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치에 보수가 어디있고, 진보가 어디있나. 여당이 선(善)이고, 우리는 악(惡)이란 말인가."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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