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공공기관 입주 대책 부심
공실 장기화·매각 지지부진땐 지역상권 붕괴 가속 불가피

1999년 문을 연 대전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화상경마장이 영업을 종료한 가운데 31일 경마장 출입구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문이 닫혀 있다. 신호철 기자
1999년 문을 연 대전 서구 월평동 한국마사회 화상경마장이 영업을 종료한 가운데 31일 경마장 출입구에 영업종료를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문이 닫혀 있다. 신호철 기자
대전 서구 월평동에 있는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31일 주민대책위 등의 희망대로 영업 개시 약 21년 만에 공식 폐쇄됐지만 해당건물의 공실이 장기화되거나 매각 등이 조속히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공동화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권장외발매소는 지난 2017년 폐쇄 계획이 발표된 후 약 4년여 만에 공식 폐쇄됐다. 교육·주거 환경 피해와 교통 체증 등을 이유로 지역 사회의 폐쇄 요구가 성사돼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유휴 건물의 공실이 길어질 경우 안 그래도 가속화되고 있는 월평동 상권 붕괴가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 월평동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로 이뤄진 `월평동 화상경마도박장 폐쇄 및 추방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화상경마장 건물 앞에서 해단식을 개최했다. 대책위는 "폐쇄 요구 활동 기간 동안 포기할 뻔한 적도 많았고,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이날 실제로 영업이 종료되는 모습을 보니 믿기지 않는다"며 화상경마장 공식 폐쇄에 환영의 뜻을 피력했다.

화상경마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도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뒤 그 많던 학원들이 사라지고 유흥업소 등이 들어서면서 지역 분위기가 말할 수 없이 나빠졌다"며 "기존 주민들도 많이 떠나고 우리 아들도 이사 가자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다. 화상경마장 폐쇄는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화상경마장 폐쇄 논의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서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에 담기면서 본격적으로 이슈화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대전 화상경마장 이전을 공약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같은 해 화상경마장을 운영 중인 한국마사회 가 2021년 3월까지 폐쇄를 결정했다.

대전시는 후속 대책으로 마사회 측에 해당 건물에 대한 기부 채납을 요구했다. 대전 화상경마장은 설립 이후 한해 약 200억 원씩 지난 2019년까지 지방세 약 3500억 원을 대전시에 납부하며 지역 세수 증대에 한몫을 담당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역정치권이나 주민들은 1999년 7월 월평동에 화상경마장이 문을 연 뒤 20여 년 동안 마사회가 막대한 판매 수익을 누린 반면, 그 사이 경마장 주변 주민들이 주거·교육 환경 악화의 피해를 겪었다는 입장이었다.

충남대산학협력단이 지난 2015년 월평동 주민 20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이용자 주취 문제 등 주거 환경에서 폐해를 호소했었다. 또한, 10명 중 5명은 교육 환경 저해, 학생 도박 우려 등 교육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역 상권 침체나 집값 하락 등 경제적 폐해를 경험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월평동 화상경마장 한해 매출은 약 2548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사회 측은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적자 경영을 이유로 기부 채납 요구를 거절하고 지난해 말 해당 건물 매각을 결정했다. 대전 화상경마장은 연면적 2만 4870㎡에 지하 6층·지상 12층 규모다. 마사회 측은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해당 건물을 공개 매각할 계획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화상경마장 폐쇄가 달성됐지만 해당건물의 공실이 장기화되거나 매각작업 등이 지지부진할 경우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은 물론 상권 붕괴 등 월평동 공동화가 가속화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시가 하루 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는 현재 주거 환경 개선 등 주민 복지 사업을 통해 공동화 현상 해결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몇몇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건물 활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지역 국회의원인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총선에서 화상경마장 건물 활용 방안으로 대전시설관리공단 또는 광역복지지원센터 입주를 제안한 바 있다. 김용언·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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