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한남대 교수
신동호 한남대 교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이 불법 투기의 대상이 됐다. 복부인이란 용어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영기업, LH 직원 정도만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장, 부산시장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 현직 대통령까지 이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부동산 문제를 전담하는 이들만 운운하고 있다. 그에 더해 죄없는 하급 공무원까지 싸잡아 범죄인 취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가 아닌 투기꾼, 특히 민간 불법 투기꾼들은 비난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과연 공직자만 돌을 맞아야 할 것인가? 그동안 투기로 거대한 수익을 취한 시민들도 문제다.

한편 여당에선 이제 더 이상 공직자가 투기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많은 국민들이 그래도 안심하지 못한다. 우선 믿어지지 않는다. 과연 진정한 의지가 있는 것인가? 능력이나 되나? 언론에서 시끄러울 때 잠시 떠들다 마는 것은 아닐까?

공직자나 일반인이 부동산 투기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올라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엄청난 규모의 부당이익, 불로소득이 발생했다. 부동산을 매입할 만큼 여력이 없어 매일 매일, 혹은 한달 한달 성실히 일하면서 근로소득에 의지해 온 일반 서민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주택이지만 천만다행으로 그 기회에 동승한 이들 조차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하면서 당황해한다.

아무튼 이제 지방 사람은 주거비 때문에 서울 가서 살 수가 없게 됐다. 부모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 우리의 미래, 청년들에겐 내 집 마련의 꿈이 상실된 것이다. 배 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를 우울하게 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현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이 크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일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유동자산이 너무 많은 데 비해, 그 자산이 투자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만이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자금이 넘쳐흐르고 있다. 해결책이 무엇인가? 이익이 발생할만한 투자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의 공급을 줄여야 한다. 즉, 이자율은 높여 돈이 시장으로 나오는 것을 줄여야 한다.

둘째, 부동산 투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체제도 문제다. 특정 부동산의 가격이 특정한 시기에 급격히 앙등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해야 한다. 혹시 그런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적정한 수익 이상의 소득, 즉 불로소득이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그를 환수할 수 있는 체제가 있어야 한다. 만약 부동산에 투자해 얻은 수익은 바로 환수된다면, 나아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게 한다면, 누가 그런 투자를 하겠는가?

셋째, 부동산에 대한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주택을 주거를 목적으로 하고, 토지는 경제 및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한다. 인간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추가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자동차와 같은 일반 상품과 다르다. 국민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사적 거래와 이용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투기에 참여한 몇몇 개인을 응징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동산 영역에서 투기가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직접 이용, 혹은 임대 이외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할 이유가 없게 하면 된다. 부동산 소유로부터 수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면 그것이 가능하다. 만약 그래도 과다한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엔 그를 조세 등으로 환수하면 된다. 필요 이상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선 재산세를 무겁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제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몰라서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밝혀지고 있듯이 그렇게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권력자들이 오히려 그런 기회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로소득의 수혜자인 그들 스스가 그런 기회를 제거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해야 할 때다. 그들 스스로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로…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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