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스의 모자(로타르 자이베르트 지음 / 나종석·이원석 옮김 / 북캠퍼스·264쪽·1만 5000원)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느림보들은 어떻게 이 세상에 적응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에 저자는 느리다는 것에 전혀 개의치 말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도 괜찮다고 독려해준다. `단순하게 살아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시간 관리 전문가 로타르 자이베르트가 `슬로비스의 모자`로 돌아왔다. 이번에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나이지기 위해 느려져라"이다.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느리지만 일은 더 잘하는 사람`인 `슬로비스(slobbies)`가 되라고 한다. 지금 잠시 일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 주변에도 슬로비스가 있을 것이다.

근데 세상은 `느림`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슬로비스가 될 수 있을까? 저자는 "느림이란 뒤처짐이나 어리석음이 아니라 정확함과 현명함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한다. 속도를 늦추면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저자는 시간이 `금`인 시대는 끝났고 이젠부턴 `삶`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재충전을 위해 시간 주도권을 되찾고 좀 더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서의 핵심은 시간 주도권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한다.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 체크 리스트와 실천 팁을 한번씩 활용해 보면 시간에 대한 여유와 자신감이 생기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속도를 성취의 유일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느림에서 생산적, 창조석 성과를 얻어내는 슬로비스는 사실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아니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또 시간 주도권을 갖기 위해 자신의 여력을 의미 있게 다룰 것을 제안한다. 좀 느려지자는 것이다. 물론 이 `느림`이 게으름이나 의욕 부진과 혼동하면 안 된다. 참을성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창조적이며 일에서보다 많은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또 슬로비스는 장기적으로 볼 때 자신을 육체적 혹은 심리적으로 소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동료보다 더 역량이 있는 셈이다. 일과 빈둥거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만이 지속해서 최고의 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즐거움을 일에서 얻지 못하는데 시간을 아껴서 무엇에 자신의 힘을 소비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반문해 볼 일이다.

또, 저자는 느림을 위해 고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여기서 고집이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에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집스러운 사람은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립해 자신의 가치와 의미, 목표를 결정한다. 오히려 고집스러운 사람이 조급증이나 혼돈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 사태로 우리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저서가 힘든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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