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시인

봄의 탄주

김민정

물방울 하나까지 남김 없이 빨아들인

꽃대궁의 물관으로 지나가는 시간들이

부풀어 터질 것 같다 팽팽하게 당겨보면

귓전을 쓸고 가는 마음 저 편 풍경소리

피안은 바로 여기, 네가 너를 보듬는 곳

묵언에 귀 기울이는 하루가 마냥 깊다

만다라 꽃잎으로 순간이 피고 질 때

발그레 물든 영혼 새 봄이 오고 있다

말갛게 웃다가 잠든 아지랑이 목덜미

학교 건물 밖으로는 봄이 한창이다. 산수유와 매화가 피었다 지고, 목련이 피었다 지고, 지금은 벚꽃이 한창이다. 이른 봄 뿌리로부터 듬뿍 물을 빨아들인 식물들은 꽃잎과 새잎으로 그것을 전달하기에 바쁘고, 그것을 전달받은 나무의 끝자락에서는 그것을 아름답게 피우느라 바쁘다. 세상은 고요함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상의 시끄러움도 그 속에 묻혀가고, 마음의 고요함이 깊어지는 봄날이다. 생명의 환희로 가득 물드는 봄날은 만다라가 활짝 피는 느낌이다. 그렇게 발그레 물든 봄, 아지랑이도 들길에 가득 피어난다. 자연의 봄은 탄주가 한창이다.

그런데 학교의 봄은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다. 꽃은 많이 피어있지만,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학교 주변 화단에 나가 그것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고 말을 많이 할까 봐 쉬는 시간을 5분으로 단축하여 수업을 하다 보니 정신없이 바쁘다. 한 시간이 끝나고 교무실 내려왔다 가기도 바빠, 수업이 연속으로 있는 날은 그대로 다음 반에 들어가기도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겨우 화장실 다녀오고, 다른 과목 교과서 꺼내고 준비하면 금새 종이 친다. 또 두 학년이 등교하다 보니, 한 주는 줌 수업, 한 주는 정상 수업을 해야 한다. 줌 수업은 일반수업보다 더 바쁘다. 어쩌면 미래의 수업형태를 코로나19 때문에 조금은 일찍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업은 역시 대면수업을 해야 학생들도 교사들도 교과 내용 뿐 아니라 서로를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민정 시인은>

1985년 `시조문학` 지상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함께 가는 길`, `바다열차`, `사랑하고 싶던 날`, `영동선의 긴 봄날`외 6권의 시조집과 영문번역시조 엮음집 `해돋이`가 있다. 수필집 `사람이 그리운 날엔 기차를 타라`가 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정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김민정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