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가격의 고공행진은 공무원 특별공급(특공)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특공은 당초 수도권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중앙부처 기관 종사자들을 위한 맞춤형 제도였는데 어느새 불로소득과 불공정의 대명사가 됐다. 특공을 신청해 당첨만 되면 앉은자리에서 수억 원을 벌 수 있다 보니 `로또 특공`, `황제 특공`, `막차 특공` 이란 말이 나온다. 공무원들이 특공을 통해 일반인보다 훨씬 쉽게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으니 이는 곧 정부의 공인 특혜나 다름없다.

특공은 일반 분양 아파트의 경쟁률을 끌어올려 결국 세종의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주범이 됐다. 일반 시민에게는 아무리 해도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이지만 이전기관 공무원들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급기야 세종에 꼭 아파트를 장만하지 않아도 되는 공무원까지 가세해 `특공 잔치`를 벌이게 만들었다. LH(한국토지공사) 직원 10명 중 9명이 세종에서 특공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을 정도로 특공은 허술하다. 아파트를 되팔아 단기 시세차익만 노린 `먹튀 특공`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쯤 되면 세종시가 공무원만을 위한 도시가 됐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무주택자가 10여 년 간 청약을 넣어도 안 되는 것을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당첨되는 게 특공이다. 특별공급의 공정성 시비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세종 이전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중기부는 다른 부처와의 정책 협력을 위한 이전을 강변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부 대전청사에서 세종청사까지 승용차로 고작 30분인데 이 정도면 감수할 수 있는 거리 아닌가.

특공은 세종시 건설 초창기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지만 공무원들만의 잔칫상이 된 지 오래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세종시 건설 취지에 맞게 대폭 손질해야 한다. 우선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세종으로 이전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특공을 차단해야 한다. 이는 조만간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기부부터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공에 대한 취득세 감면도 당장 없애야 한다. 특공 대상이 줄었으면, 당연히 특공 물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무주택 서민을 울리는 특공, 돈벼락 특공이란 말이 다시 나와서는 안된다. 거의 폐지나 다름없는 수준의 특공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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