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원 신임 대외부총장, 학내 관계자들과 의견 조율
서울 캠퍼스 규모 협소…사실상 완전 이전 어려워
대전 본원은 타전공 융합 연구, 서울 분원은 산업체 협력

인공지능(AI) 대학원 서울 이전으로 내홍을 겪었던 카이스트(KAIST)가 AI대학원의 완전 이전 대신 대전 본원-서울 분원 체제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대전 본원은 학부 교육과 타전공 간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서울 분원은 산업체와 협업하는 기반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30일 카이스트에 따르면 지난 1일 부임한 김보원 신임 대외부총장과 정송 AI 대학원장, 류석영 전산학부장은 이달 수차례 만나 대학원 이전과 관련한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교수진 의결도 하지 않은 채 서울 이전을 결정하면서 내홍이 있었던 만큼, 그간 쌓인 갈등을 해소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다.

논의 결과 대전 본원은 AI인재를 함께 육성해야 하는 전산학부와 전기및전자공학부를 중심으로 학부 수업, 타전공 융합 연구를 중점으로 가동하기로 했다. 서울 분원은 수도권의 인적 자원과 우수기업 간 산업체 협력을 도모하고, 기업 인력 양성을 맡는다.

앞서 AI대학원 이전 논란은 신성철 전 총장 임기 말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 원을 기부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김 회장은 AI대학원 서울 이전을 주문했고, 물밑에서 이전을 고려했던 카이스트가 이를 곧바로 추진하면서 논란이 됐다. 지역에서는 2019년 국내 최초로 개설된 AI대학원이 지역에 뿌리도 내리기 전에 탈대전을 선언하자 `국가균형발전을 역행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4차산업특별시를 내세우고 있는 대전에 관계기관이 집중되기는 커녕, 충청권 유일의 AI대학원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학내에서도 신성철 전 총장이 내부 의견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이전을 추진했다며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최근 이광형 총장과 김보원 대외부총장이 새로 선임되면서 학내 기류가 변했다. 새 지도부가 지역 간 접점과 학내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총장은 "당시 이전 결정이 급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많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물리적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에서도 김 회장의 기부 취지를 공감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인재양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부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홍릉캠퍼스 규모가 작아서 대학원 전체 이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전 본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우수기업 간 협업을 통해 지역간 `윈윈`하는 것이 제 목적이자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분원 체제에서 학내 교원이 부족할 것을 대비해 교수진 충원과 관련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AI와 타전공 간 융합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AI 인재육성을 책임질 대학원과 전산학부, 전기전자공학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김 부총장은 "정부와 교수진, 기부자, 동문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화합할 수 있도록 계속 논의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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