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서산민항 건설

사진 = 서산시 제공
사진 = 서산시 제공
전국 도 단위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 충남도. 이 때문에 충남도민들은 인천공항까지 최소 2시간에서 많게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게 현실이다. 너무 멀다. 볼멘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충남도민들의 염원이지만 2000년 제2차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이 고시된 후 20년 넘게 공항 얘기는 부지하세월이다. 근데, 28조 6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이 담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를,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등 일사천리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논리 산물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만큼 이를 바라보는 충남도민들의 시선이 고을 리 없다. 충남홀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충남에 공항이 필요한 이유

충남에 공항이 없다 보니 불편은 고스란히 도민들 몫이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볼 때 천안시 130㎞, 아산시 120㎞, 서산시 140㎞, 태안군 160㎞, 당진시 120㎞, 공주시 180㎞, 내포신도시 145㎞ 등으로 멀다. 시간·경제적 부담이 크다. 충남도와 서산시가 이러한 도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곳으로 지목한 곳이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이다. 20비에 서산공항이 들어설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20비에서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시까지 30㎞, 태안군 29㎞, 당진시 36㎞, 공주시 77㎞ 등 충남도 일선 시·군 대부분에서 70㎞ 안팎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통상 30㎞ 반경을 직접세력권, 60㎞ 반경을 간접세력권으로 설정하는데, 이 경우 아산·서산·보령·당진시·홍성·예산·청양·태안군에다 경기도 평택시까지 150여만 명이 영향권이다. 20비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까지 6㎞정도 밖에 떨어진 것도 이용객들의 접근적 장점이다.

◇서산민항의 경제성

서산공항은 청주공항이나 군산공항처럼 군 비행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11.9㎢ 면적의 20비는 김포공항 7.3㎢보다 규모가 크고, 길이 2743m와 폭 46m의 활주로 2개가 있다. 이 활주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활주로 건설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아 돈이 덜 먹힌다. 여객터미널과 계류장, 유도로, 진입도로, 주차장 등 공항 구색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은 국토부 추산 509억 원이다. 국토부가 2017년 진행한 `서산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서산민항 건설사업은 BC가 `1.32`로 `1`을 상회,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왔다. 항공수요는 연간 37만 8000명, 생산유발 506억 원, 부가가치 158억 원, 일자리 224명 등으로 보고 됐다. 2023년도 기준 연간 항공 수요 37만 명은 군산공항, 사천공항, 무안공항, 원주공항, 포항공항, 양양공항 등보다 월등하다. 지난 16일 20비를 찾은 이우성 충남도 문화체육부지사는 "20년 넘게 외면당한 충남권 공항건설과 달리 최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상대적 지역 홀대에 대한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며 "올해는 반드시 민항을 유치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509억 원에 발목 잡힌 서산민항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제도(이하 예타)를 도입했다. 총 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 국고 지원이 300억 원을 넘는 사업 등이 대상이다. 앞서 언급 했듯이 서산공항의 사업비는 509억 원이다. 예타 대상이다. 충남도는 2017년 국토부의 `서산군비행장 민항시설 설치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시 진입도로 1.4㎞(81억 원) 계획을 1㎞(33억 원)로 변경해 줄 것을 지난해 국토부에 건의했다. 진입도로를 1,4㎞에서 1㎞로 줄일 경우 예산 48억 원이 감소, 최종 사업비는 461억 원이 된다. 500억 원 미만이기에 예타 면제 대상이라는 게 충남도의 주장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기재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이 사업은 지난해 8월 국토부의 예타 대상 사업으로 확정, 기재부로 넘겨졌으나 최종적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서산공항을 비롯, 기재부에 올라온 모든 신규사업은 제외됐다. 올해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반영과 함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반영이 당면한 과제다.

◇28조 6000억 원 VS 509억 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달 국회에 이어 이달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예타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 하는 게 골자다. 국토부, 기재부, 법무부를 비롯, 환경단체, 야권에 이르기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 묻혔다. 국토부가 국회에 보고한 가덕도 신공항 조성비는 28조 6000억 원이다. 이렇듯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이지만 검증 과정인 예타까지 면제한 것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매표 행위에다 `제2의 4대강` 얘기가 나올 만큼 무리수를 둔 가덕도 신공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래서 부정적이다. 한 방송사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가덕도 특별법 통과에 대해 물었는데, 응답자 절반이 넘는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3.9%에 불가했다. 반면 정부 예산 509억 원을 따내기 위한 충남도와 서산시의 몸부림이 가여울 정도다. 정치력 부재에 도민들의 허탈감이 크다.

◇들불처럼 번지는 `충남에도 민항이 필요해` 챌린지

`충남에도 민항이 필요해` 챌린지가 시작 됐다.`충남에도_민항이_필요해, 서산민항_예타 대상사업_선정, 서산민항은_충남민항`이란 표어로 압축된다. 정부에 대한 충남의 항의성 메시지인 셈이다. 첫 제안자는 맹정호 서산시장이다. 그는 지난달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후 자신의 SNS에 "충남에서 누군가는 찍소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마디 한다"며 뼈 있는 말을 꺼냈다. 맹 시장은 "서산민항 건설비 500억 원이 부담이 되는 건가? 충남의 정치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 그냥 충남이니까 그런 건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민들의 뜻을 모으는 `충남에도 민항이 필요해` 챌린지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맹 시장이 지목한 양승조 충남도지사,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 이연희 서산시의회 의장을 시작으로 충남지역 시장·군수, 시·도의원, 각 기관단체장으로 챌린지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커지는 목소리

제20회 충청남도 지방정부회의가 있던 29일. 양승조 지사를 비롯, 15개 시장·군수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이 회의에서 서산민항은 주요 의제였다. 양 지사와 각 시장·군수들은 `서산 군 비행장 민항 건설 조기 추진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양 지사는 "서산민항은 서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황해 시대 충남과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길을 열고, 비상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라며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 충남에 하늘 길이 놓이길 220만 도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황명선 논산시장도 "서산 해미가 세계 30개 안에 드는 천주교 국제성지로 지정되면서 서산민항의 기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충청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고 다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2019년 충남도시장군수협의회와 환황해권행정협의회, 올해 서산시의회, 태안군의회 등에서도 서산민항 건설 지지로 힘을 보탰다. 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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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충남도청에서 제20회 충청남도 지방정부회의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가운데 양승조 지사와 15개시장·군수들은 `서산 군 비행장 민항 건설 조기 추진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사진=충남도 제공
29일 충남도청에서 제20회 충청남도 지방정부회의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가운데 양승조 지사와 15개시장·군수들은 `서산 군 비행장 민항 건설 조기 추진 공동 결의문`을 채택하고,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사진=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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