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필자는 도자기 디자이너다. 넓게는 도예가라고 부르는 부류에 속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디자이너에 더 가깝다. 가끔 받는 질문이 있다. 한적한 시골 마을로 작업실(공방)을 옮겨 도자기 만드는 일을 계속하면 도예가로서 폼도 나고 노년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단하는 질문이다. 도예가는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는 선입견이다. 입 밖으론 그런 삶을 꿈꾸는 것처럼 대꾸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모니터가 딸린 맥 데스크탑, 맥 노트북으로 일한다. 3D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해 3D 프린터와 CNC 머신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물론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중의 일부이다. 더 정교한 작품을 생산하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마무리는 항상 두 손을 거치며 다른 도예가와 마찬가지로 흙과 불을 다룬다. 물레로 빚는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가는 아니다. 석고 몰드로 도자기를 만든다. 그래서 조금 다르다.

한적한 시골도 초고속 인터넷,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서 나는 이곳 대전, 도시가 좋다. 특히 지금 작업실이 있는 둔산동이 딱이다. 한밭대교, 다리 하나만 건너면 대화동, 오정동, 용전동이 지척이다. 공구상가, 기계 부품을 파는 곳, 수리하는 곳이 즐비하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석고 몰드를 만드는 일이다. 석고는 흙처럼 손으로 주무를 수 없다. 그래서 다양한 도구와 기계가 필요하다. 작업실의 선반과 서랍에는 인터넷과 다리 건너 공구상가로 발품을 팔아 사들인 공구며 도구가 가득하다. 작업실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약간 당황해한다. 맥 데스크탑과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구, 처음 보는 요상한 기계들이 도자기를 만드는데 왜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모양이다. 한참을 설명하면 개운치 않게 고개를 끄덕인다. 게다가 작업실 벽면에는 도구와 석고틀 못지않게 책이 빽빽하다.

그리고 글을 쓴다. 석고 몰드로 도자기를 만드는 전 과정에 대한 글쓰기다. 몰드 기법, CAD 도자기 도면제도와 3D 도자기 디자인. 필자가 그동안 습득한 지식을 기록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번듯한 책이 없다. 개론이 없어 용어가 맞춤한 설명과 제 이름을 찾지도 못했다. 그것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렇다 보니 가장 애용하는 도구가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키보드가 되 버렸다. 글을 쓰려면 읽어야 한다. 그것도 많이. 그래서 서점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서점도 많이 이용하지만 오프라인 서점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 내가 도시를 떠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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