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봄이 왔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아직 춥기만 하다.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과 알래스카 미중 전략대화가 끝나자마자 북한은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accordingly) 조치를 할 것을 경고했지만 북한의 연이은 성명은 한반도의 시계를 과거로 되돌려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4월 중 발표가 예상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한 이래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을 준비했고, 이번 주말 한미일 국가안보실장 회의를 개최하며 한국과 일본에 미국이 준비한 초안에 대해 의견을 물을 것이다. 한일 양국은 대북제재나 비핵화 협상 로드맵과 관련하여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은 이 둘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하여 최종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으로 요동치는 상황은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 직후가 될 것이다. 북한은 어떠한 경우에든 미국의 발표 내용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과거 북한이 원하던 `단계적 비핵화`를 제안한다 해도 대북제재의 완화가 없다면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야 미국이 더 큰 양보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비핵화 협상의 잘못된 관행이 북한에 이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결과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그리고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모두, 북한의 긴장 조성 뒤 미국이 양보해서 만들어진 합의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은 점점 더 약해져만 갔다.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핵을 개발했고, 핵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다고 했다가 약속을 어겼으며, 이제는 모호하게 조선반도 비핵화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은 4월이 매우 불안정한 시기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것이고, 최악의 경우 지난해 보여준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도 전망된다.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면 국민적 불안감이 상승한다. 그 결과 긴장이 없는 상황을 평화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고 북한에 핵이 있더라도 가만히 놔둬서 현재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인식이 북한이 바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도발한다 해서 긴장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다. 단지 도발 수위가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로 북한을 압박하면 된다. 북한의 군사적 긴장 조성에 대해 우리는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차분히 억제력을 구축해 나가면 된다. 그래야 북한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는다.

물론 북한의 위협은 있는 그대로 국민께 알려야 한다. 탄도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 못 부르고, 미사일 발사 소식을 외신을 통해 먼저 알게 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와 같다. 북한과 대화를 추진할 때에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상실하면 안 된다.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는 것이며, 동맹국인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도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초조할 것이다. 남북관계에 정치적 자산을 너무도 많이 투자했는데, 성과가 없으면 실패한 정부로 비난받을까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이러한 조급함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빼앗기는 결과만 낳는다는 것을, 그리고 차분한 대응과 실질적 평화 기반 조성이 4월 위기를 극복하는 첩경이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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