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섭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임진섭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요즘 대학관계자만큼 불안한 사람이 없다. 지역의 몇몇 대학들은 자신들의 대학이 당장이라도 폐교 위험에 처해진 것처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살아남기 위해 대학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미래 산업구조에 맞게 특성화 분야를 찾고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모든 대학들에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앞 다투어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아직 시작도 안 한 특성화가 벌써 레드오션이 된 것 같다.

생존을 위해 대학은 변해야 하며 그에 따라 새로운 운영전략과 활로(活路)를 모색해야 한다. 학생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더 이상 젊은 학생중심의 대학운영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 대신 대학의 역할과 기능변화를 통해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 여러 대학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범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대학이 지닌 고도의 전문성과 인프라적 강점을 활용한 지역사회 중심의 상생정책을 펼치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대학이다. 국내에서는 연령통합대학 또는 고령친화대학(Age-Friendly Uinversity)으로 널리 알려졌다.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대학은 전통적인 대학의 역할이었던 교육과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학이 지닌 고도의 전문성과 자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동참하면 그 안에서 상생과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분야의 전문성과 풍부한 자원, 인프라를 통해 각종 지역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자원이다. 별도의 추가시설이나 인프라 구축 없이도 언제든지 대학이 지닌 시설과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 보건의료, 상담, 재활, 돌봄, 교육, 여가·문화 등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로 전환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사회서비스에 투입하고 있는 예산은 총 35조 6천억 원이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받는 서비스 총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문화서비스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이 받는 사회서비스는 거의 전무하다. 이는 현행 사회서비스가 갖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다.

정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서비스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재정을 투입하여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대학에 적절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을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핵심 주체로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사회서비스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효과적이다.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대학은 이러한 사회서비스 제공의 역할을 대학에게 부여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주지할 점은 대학을 복지관이나 단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운영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경쟁력이 약한 대학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징벌적 대안이 되어서도 안 된다. 기존의 대학 운영방식을 유지하면서 대학이 가진 다양한 전문성과 유·무형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각종 사회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그 효과가 대학과 지역주민에게 모두 돌아가는 상생(相生)의 대학 운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은 정부와 이용주민으로부터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분야 사회서비스에 참여하면서 현장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고용기회를 얻게 된다.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대학은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기반을 만드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대학의 긍정적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역시 높아진다. 지역사회 문제해결형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모든 지역대학의 생존방안이 될 수 있으며 교육과 연구 외에 그동안 소홀시 되어왔던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제가 되는 것이다. 임진섭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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