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복합터미널 건설사업이 11년째 제자리걸음을 걷다 보니 언제 완공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의 유성시외버스정류소와 유성고속버스터미널은 대전 유성의 관문 역할을 담당하지만 너무 비좁고 낡아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복합터미널은 이런 두 터미널을 한 곳에 모아 대전 유성과 서부지역을 아우르는 교통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대전시는 복합터미널 건설과 관련해 그동안 민영개발에만 몰두하다 실패를 거듭해서 인지 이번에는 공영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대전세종연구원이 용역 중인 세부 건립방안에는 층수 제한을 10층에서 20층 이상으로 확대하고, 건축용도도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유성복합터미널 위치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왕 공영개발로 갈 거면 내친김에 터미널의 입지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유성복합터미널은 가능하다면 이전 예정지인 구암역 인근보다는 더 외곽으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터미널 부지가 이미 확정돼 다시 거론할 경우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대전의 교통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그건 감수해야 하는 문제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 구암역 바로 옆에 복합터미널을 건설하면 교통체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곳은 현재의 시외버스정류소나 고속버스터미널과도 직선거리로 각각 450m, 600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출퇴근 시간에는 구암역 삼거리-구암교 사거리-장대 삼거리-유성 IC를 잇는 구간은 교통지옥이다. 구암역 주변은 세종과 공주지역 차량과 유성 IC 이용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인근에 유성시장이 있어 유성장이 서는 4일과 9일에는 이 구간을 지나기 위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이런 구암역 옆에 20층 규모의 터미널이 들어서면 오히려 유성지역의 교통체증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교통체증 해소에 기여하지는 못할망정 복합터미널 건립으로 교통체증이 더 심해졌다는 말이 나오면 곤란하다. 구암역 인근은 새로운 유성복합터미널 부지로는 적합하지 않다. 유성 도심을 완전히 벗어나 호남고속도로 넘어 더 확장성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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