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대학들이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를 코앞에 두고 속을 끓이고 있다. 학과 통폐합은 물론이고 교수가 정년을 맞는 자리는 다시 채우지 않는다고 한다. 지방 대학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학역량평가가 다가오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 3년 주기의 대학역량평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평가에서 하위대학으로 밀려나면 국가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번 낙인이 찍히면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고, 등록금 수입마저 감소해 대학의 재정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학역량평가는 대학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해 지방대학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평가 기준을 볼 때 교육비 환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 대부분이 지방대에 유리할 게 없다. 올해는 학생 충원율 배점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10점에서 15점으로 높아졌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대학 정원을 모집하지 못한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더더욱 불리하게 됐다.

지방대학들은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정원을 축소하고 있지만 이미 자구책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대의 정원이 줄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유지된다면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인구가 적은 지방의 대학과 전문대는 언젠가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올해 지방대학들이 줄줄이 정원 미달된 것으로 미뤄 당장 몇 년 후면 일부 대학이 문을 닫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방에서 지방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지방 대학이 하나 둘 무너지면 그 다음은 지방이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러다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이 소멸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대학역량평가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지방의 현실과 교육환경을 반영한 공정한 평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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