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취재본부 박영문 기자
세종취재본부 박영문 기자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좋지 않다는 의미의 `용두사미`(龍頭蛇尾). 최근 `부동산 투기 특별조사단`을 구성,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나선 세종시의 모습을 보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다. 앞서 세종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공직자 투기 의혹이 세종으로 번지자 지난 11일 특조단 조사를 통해 강력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조사 착수 이후 일주일이 흐른 지난 18일, 1차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면 제대로 된 성과는 커녕 자체 조사의 한계만 드러낸 모양새가 됐다. 시 소속 공무원 등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도 시가 직접 찾아낸 투기 의심 사례는 없었기 때문. 그나마 자진신고 한 공무직 1명과 그의 배우자, 혈연관계에 있는 공무원 등 3명만 업무배제 조치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정도다. 자진 신고마저 없었다면 시의 조사결과 발표는 더욱 초라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투기 의혹과 관련된 경찰의 세종시청 압수 수색에 시 조사의 진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세종경찰청 수사과와 충남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은 지난 19일 시청을 압수수색했다. 특조단 단장을 맡고 있는 류임철 행정부시장의 "공무원에 대한 조사는 끝났다고 봐야 된다", "1차 조사결과로 봐서는 (조사 대상 등) 확대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등 발언이 나온 뒤 하루 만이다. 특히 충남청은 내사를 통해 세종시 한 공무원이 읍·면 지역 일부 토지를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시 발표 내용 이외의 투기 의심 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 대상과 범위 등을 확대해야 된다는 여론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그만큼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반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뜻이다. 세종시가 이러한 민심을 추스리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할 것이다.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 세종취재본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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