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조건 강화만으로는 한계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전환을
정치권, 관련법 개정 '뒷짐'만

장중식 취재1부장
장중식 취재1부장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없어도, 세대주가 아니어도, 소득기준이 높아도 프리패스인 `이전기관종사자 주택 특별공급제도`.

2012년 세종시 출범 당시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강제 이주에 준하는 선택을 해야 했던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착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정인들을 위한 특혜`로 변질됐다. 가지고 있는 주택이 2-3채 이상이어도 세종시에 내 집이 없으면 언제든 특별공급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특혜성 논란이 불거지자 공급 주체인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2019년 6월과 지난해 9월 2차례에 걸쳐 제도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무주택 또는 1주택자(입주 시점 기준 6개월 이내 기존 주택 처분 조건)까지로 대상을 제한하고, 전매 제한 기간도 5년에서 8년으로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공급물량도 해마다 10%씩 줄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근본 처방이 되질 못했다.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대책은 `입주자 조건과 전매기한 조정`이라는 단발성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특공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이달 초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에서 기관들이 추가로 이전하고 인구 유입도 이뤄져야 하는데, 집값이 오르면 오히려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도 1만 3000가구를 신도시 내에 추가 공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회 세종의사당 인근 유보지 등 남아있는 토지를 활용하거나 도시 기본계획상 용도를 변경하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 시장의 발언은 어딘가 모르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닮아 있다. 공급물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이 시장은 "신도시 지역 외에도 추가적인 택지 마련을 통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전기관 특공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세종시는 수도권의 기능 이전을 위한 도시로 탄생한 만큼,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반공급은 대전, 충남 천안·공주, 충북 청주 등 인근 지역의 인구를 뺏어오는 결과를 낳고 있어 걱정된다"고 밝혀 대조를 보였다.

특별공급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고, 블랙홀이 된 세종시가 이웃의 인구 유출을 걱정한 셈이다.

속칭 `강남불패`라는 말이 `이전기관종사자불패`라는 말과도 매칭된다. 현실적으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고 보유세를 아무리 강화해도 그로 인한 손실이 시세차액보다 적다면 백약이 무효다. 한마디로 버티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세종시 특공은 출구가 없다.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기치아래 탄생한 세종특별자치시. 30년 차로 접어든 세종시는 전국 최고의 주택상승율. 이전기관 종사자 최대 특혜도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거창한 구호는 접자.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 주도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별공급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손을 보면 된다. 살지도 않으면서 시세차익을 거두는 그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똘똘한 한 채`를 놓고 서울과 대전, 세종을 고민하는 그들에게 쉼 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 주면 된다.

공공임대주택, 그 안에 해답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양질의 임대아파트를 지어주면 된다. 필요하다면 5년, 또는 10년 후 분양으로 전환하면 되고, 분양을 받을지 방을 빼야 할지 선택권을 주면 그만이다.

세종시 주택가격 폭등의 빌미를 제공한 `1등 공신`은 위정자들이다. 사전준비도 없이 `국회세종의사당`을 터뜨려 풍선을 부풀린 집권여당이 1차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전기관특별공급제도 폐해를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 잡을 법령을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공복임을 자처한 그들에게 보내는 국민의 경고다.

장중식 /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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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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