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념의 밑동부터 흔들리게 하는 업자를 만났다. 부동산중개업자로서 매도자와 매수자를 잘 연결해 큰 건 하나 해보겠다는, 지극히 사적이고 통념적인 행태가 보이지 않는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른다. 혹자는 이 틈에 매물을 올렸다 내리고 호가를 높여 판다. 일단 한 건이라도 거래가 이뤄지면 그게 실거래가격이 되고 매물은 사라진다. 가격을 더 높여 다시 내놓겠다는 심산이다. 같은 업자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취재를 의식한 일회성 `선한 발언`으로 여기기엔 너무도 일관적이다. 민감한 분양가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분양가격이 세면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그런데 이득을 챙기는 쪽은 따로 숨어 있다. 가령 재건축·재개발조합이나 수분양자도 아니고 공사를 하는 큰 회사들이다. 알게 모르게 업체들이 가져간다고 보면 맞다.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바라는 `로또청약`이 지속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언제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데 선량한 서민들이 독박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택을 공급하고 택지를 개발하는 공적 영역의 구성원들이 업자 흉내라도 내듯 은밀한 내부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하는 요지경 세상에서 그만이 홀로 착한 사마리아인이어야 하는가. 문승현 취재3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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