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취재3부 차장
문승현 취재3부 차장
언어는 인식을 규정한다. 인식의 투영이 언어이기도 하다. 짧지 않은 세월의 통념으로 `업자`를 경계한다. 하지만 업자(業者)의 풀이는 예사롭기 그지없다.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 더도 덜도 아니다. 취재를 업으로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고 얘기를 듣는 사람들이 이들 업자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하고 앞으로도 꺾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시대 최고의 자산 `아파트`를 만지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다. 토지와 건축물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라고도 한다. 물건을 중간에서 잘 만들어 거래를 성사시키면 수수료가 수입으로 생긴다. 성실한 부동산 중개의 대가인 셈이다. 업자에 대한 인식의 편력이 생긴 건 `업자`와 결부된 단어들의 부정적 의미가 한몫 한듯하다. 포털 국어사전에서도 주로 이권을 둘러싼 사건 기사성 예문으로 업자를 묘사한다.

최근 관념의 밑동부터 흔들리게 하는 업자를 만났다. 부동산중개업자로서 매도자와 매수자를 잘 연결해 큰 건 하나 해보겠다는, 지극히 사적이고 통념적인 행태가 보이지 않는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오른다. 혹자는 이 틈에 매물을 올렸다 내리고 호가를 높여 판다. 일단 한 건이라도 거래가 이뤄지면 그게 실거래가격이 되고 매물은 사라진다. 가격을 더 높여 다시 내놓겠다는 심산이다. 같은 업자지만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취재를 의식한 일회성 `선한 발언`으로 여기기엔 너무도 일관적이다. 민감한 분양가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분양가격이 세면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그런데 이득을 챙기는 쪽은 따로 숨어 있다. 가령 재건축·재개발조합이나 수분양자도 아니고 공사를 하는 큰 회사들이다. 알게 모르게 업체들이 가져간다고 보면 맞다.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바라는 `로또청약`이 지속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언제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지 알 수 없는데 선량한 서민들이 독박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택을 공급하고 택지를 개발하는 공적 영역의 구성원들이 업자 흉내라도 내듯 은밀한 내부정보를 활용해 땅 투기를 하는 요지경 세상에서 그만이 홀로 착한 사마리아인이어야 하는가. 문승현 취재3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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