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복 소설가·(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이광복 소설가·(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특히 이번 봄은 유례없이 칙칙하고 우울하다. 봄이 왔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면서 그 한복판에 꽃이 피어나야 하건만 그렇지 못해 사뭇 씁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데 LH 직원들의 땅 투기까지 맞물려 민심이 사납다. 나라 안팎이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고통 받는 이 마당에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투기가 무더기로 불거졌으니 정직하고 청렴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정초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기습했다. 인류는 이 역병 앞에 한없이 나약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고 속절없이 쓰러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도처에서 투병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었지만 이 괴질이 언제 종식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역질은 백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변이를 거듭하면서 인류의 추격을 교묘하게 따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입장에서는 어떠한 백신에도 살아남기 위해 둔갑술을 쓰면서 요리조리 신출귀몰하는 셈이다. 우리는 지금 술래가 되어 이 고약한 바이러스와 힘겨운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유행병이 내습했을 때 여러 나라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어 앞을 다투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필자는 국내 전문가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여러 부문에서 세계 1등으로 질주하는 우리나라인 점을 감안한다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서 남의 나라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발 늦었고, 결국 다른 나라의 백신을 수입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계만방에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 주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

한편 사람을 일컬어 흔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의 존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사람으로 사는 이상 마땅히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람 중심의 사고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칭호야말로 우리 인간들이 자처하는 것일 뿐 다른 생명체들이 우리 인간들에게 씌워준 영광의 월계관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다. 미세먼지보다도 더 미세한 바이러스 앞에 우리 인간들이 무기력하게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허약한가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서민대중은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협으로 생계의 위기가 절박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어느 누구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외면할 수는 없다. 아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방역의 첫걸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생업에 큰 타격을 받았고, 오래 전부터 생계유지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정부에서 찔끔찔끔 재난지원금을 풀고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응급처치일 뿐 근원적인 처방이 아니다. 서민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칠 대로 지쳐 가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LH 직원들은 신도시 예정지의 땅을 사들였다. 그들은 업무상 지득한 기밀을 이용하여 일신의 영달을 노렸다. 목표는 시세 차익이었다. 하기야 부동산 투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아파트와 땅 등 부동산 투기가 광풍을 일으켜 왔지만,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는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들은 공공기관의 봉급을 받으면서 성실한 근무를 내팽개친 채 전문적으로 개인의 `투기사업`에 몰입했다. 직업의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로써 국가의 신뢰 추락은 물론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의 심신에 실망과 허탈과 분노를 떠안겼다. 하찮은 바이러스에 질질 끌려 다니는 인생, 살면 얼마나 살고 치부를 하면 얼마나 치부를 한다고 그토록 몰염치한 부동산 투기에 나섰는지 몹시 딱하고 가증스러워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정말 한심한 세상이다.

이광복 소설가·(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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