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몇 해 전, 처가에서 스킨답서스 줄기를 얻어왔다. 지금은 집안 곳곳에 그 줄기의 후손이 자라고 있다. 흙에 뿌리를 박고 힘차게 줄기를 뻗고 있는 화분도 있지만 조그만 유리컵의 물 속에 뿌리를 담그고 있는 녀석도 있다. 지금까지 제대로 식물을 키운 게 이 스킨답서스 뿐이다. 물만 주면 잘 자란다. 가끔 물 주는 때를 놓친다. 사망 직전의 녀석들도 물 한 모금에 되살아 난다. 키우기 쉽다. 식물에 그다지 애정이 없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화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물 그릇을 들고 들여다 보면 된다.

그저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서 가까이 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요놈의 생명력에 반해버렸다. 화분에 수분이 부족하면 줄기와 잎이 힘을 잃는다. 이제는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단박에 물을 보충해 주기도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줄 때가 많다. 급기야 물이 거의 말라버리면 축 늘어진다. 무심한 주인 탓에 무지개 다리 앞까지 가고 만다. 아이고! 미안해! 어떻해! 요란을 떨지만 고작 물 한 잔 주는 게 전부다.

물 한잔이 되살린다. 마치 고속촬영으로 식물의 모습을 담은 화면처럼 되살아난다. 제때에 물을 주면 금새 살아나지만 조금 늦었다 싶으면 며칠 걸린다. 그 사이 한두 개의 잎이 누렇게 변한다. 이런 잎은 가망이 없다. 금새 검게 변해 흉하다. 떼어내야 한다. 죽어 가는 줄기를 떼어내면 살아남은 줄기와 잎에 더 이롭다. 하룻밤 더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줄기를 팔 벌리기 한다. 위로, 옆으로 줄기를 한껏 뻗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제 살아 났구나 안심한다.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마치 가느다랗고 힘없는 한 올의 실이 갑자기 양 끝을 잡아 당겨 팽팽해진 것 처럼, 힘 있는 모습으로 변하는 게 너무 아름답다. 이제는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고 절대 일부러 물을 늦게 주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물 주는 시기를 가끔 놓치는 것 뿐이다. 죽다 사는 식물을 지켜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화초 소시오패스라고 보면 곤란하다. 처가에서 스킨답서스 한 줄기를 얻어올 때 식물학을 전공하신 장인어른께 이렇게 물었다.

"얘는 잘 크지 않네요. 올 때마다 보지만 항상 그대로 인 것 같아요."

"일부러 크기와 모양을 조절하는 거야. 잘 자라지 않게 물을 적당 양만 주고, 줄기와 잎도 솎아주지!"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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