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1부 박상원 기자
취재 1부 박상원 기자
평소 잘 아는 공무원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길거리 음악을 즐겨 듣는데 이제는 더 이상 공연을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걸까? 호기심 반 확인 반으로 관계자들을 찾았다. 그들로부터 돌아온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인근 주민들이 길거리 공연 때문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 한 마디로 소음 때문이었다. 입주민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들의 노래가 누군가에겐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한밭수목원 한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민원이 들어왔다"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소음 민원이 잇따라 공연을 금지하는 현수막까지 걸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정한 기준도 없이 `공원 내 거리공원·소음발생 행위 금지`라는 현수막을 거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볼 기회조차 없는 시민들에게 버스커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버스킹을 관람하기 위해 수목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시민이다. 그들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 게 적절한 처사였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SNS 한 네티즌은 "막연히 소음때문이라면 엑스포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노래를 크게 틀어놓는 사람들에게는 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대다수 버스커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장소 선정이다. 버스커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대전엑스포시민광장과 한밭수목원 등 일부 야외공간 말고는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 대전에서 버스킹 활동을 하는 한 청년은 "으능정이거리에서 공연을 하면 상인들이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고, 한밭수목원에서 공연을 하면 과태료나 벌금을 낼까 봐 위축되는 건 사실"이라며 "어쩔 수 없이 공연이 비교적 자유로운 세종호수공원까지 원정 공연을 떠난다"고 말했다.

말로만 문화도시라고 내걸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만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그들의 노래는 심신을 달래주는 음악이 아니라 소음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발상이 계속되는 한 대전의 버스킹문화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취재1부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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