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막상 백신을 맞아야 하는 국민 상당수는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23일부터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종사자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지만 접종 동의율은 고작 76.9%에 불과하다. 이는 접종 대상자 4명 중 1명은 백신을 맞지 않거나 늦추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지난달 백신 접종을 앞두고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갑자기 대상자를 65세 미만으로 변경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첫 백신 접종 이후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백신을 둘러싼 논란과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부작용을 둘러싼 공방도 여전하다.

따지고 보면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은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백신 확보 단계에서부터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K-방역으로 방역 모범국이 됐지만, 백신만큼은 OECD 국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 꼴찌 수준이 됐다. 백신 확보 물량도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백신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서 정작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권을 의료진에 떠넘긴 적도 있다. 예방접종위는 "현재까지 자료로는 AZ백신이 혈전 생성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결국 이 말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는 말과 진배없다. 백신을 늦장 구매하면서 다양한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AZ백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접종 중단 결정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적으로 AZ백신 접종 이후 혈전 생성을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유럽 국가들 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접종 중단을 철회했지만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는 중단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나서 "문제가 없다"거나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는 식으로 강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혈전 소견을 보였다면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비켜가기보다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설명이 따라야 한다. 집단면역 달성을 위해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일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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