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오늘날 지구상에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기록된 생물은 약 170만종이다. 이 가운데 곤충이 약 100만 종이며, 해마다 수백 종의 신종들이 기록되고 있지만 절반 내지 1/3이 미발견 상태라고 한다. 세계 인구수에 곤충을 배분하면 1인당 100경 마리가 할당된다. 초파리는 1년에 25세대를 번식하며 평균 100여개의 알을 낳는다. 알의 암수 성비가 50:50이고 모두 성충으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초파리 1쌍이 1년 동안 1.192 x 10⁴¹ 마리가 된다. 크기 1cm³ 상자에 1000마리 담아 포장해 쌓으면 1억 5509만㎞로 지구에서 태양보다 먼 거리이다. 곤충은 심해를 제외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육상 및 담수 지역에 산다. 히말라야의 정상, 해변 기수지역 웅덩이, 지하 동굴, 남극대륙의 극지방, 수온 50℃ 온천지역, 낮 기온이 60℃를 넘는 사막지역, 원유 웅덩이, 소금 호수 등 다양하다.

이렇게 대번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몸이 외골격으로 되어있다. 몸을 지지하는 골격이 외부 공격, 상해로부터 보호, 건조 등에서 체액 손실 최소화, 이동 시 근육에 힘과 민첩성을 주는 구조이다. 두 번째 작은 몸집이다. 오늘날 곤충의 크기는 대부분 2-20㎝이다. 어떤 기생벌의 체장이 0.25㎜, 보르네오 대벌레는 330㎝ 크기도 있다. 76㎝ 잠자리 화석도 있다. 작은 체형은 에너지 소비 최소화, 서식에 최소공간 필요, 생존과 생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으로 유지, 포식자로부터 도망 및 생존에 유리, 바람에 날려 새 집단형성으로 분산능력 향상 등 장점이 많다. 세 번째, 비행능력으로 새로운 환경의 빠른 점령능력과 새로운 자원 확보, 천적이나 불리한 환경으로부터 도피에 유리하다. 곤충날개는 피부가 막질의 날개로 변형된 것이다. 네 번째, 짧은 생활사와 높은 번식력이다. 짧은 생활사는 높은 변형된 유전자 출현이 가능하고 새로운 환경 적응 및 생식적 격리를 통해 새로운 종 출현으로 종다양성을 풍부하게 한다. 사람은 1세대가 30년으로 2명을 출산하지만 초파리는 30년에 750세대를 번식한다. 대다수 곤충 암컷은 일생동안 100-500개 산란한다. 여왕흰개미는 6-15년 살면서 약 100만 개를 낳는다. 대부분의 암컷은 수컷의 정자를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보관하는 저장낭이란 생식기관이 있다. 짝짓기 한 암컷은 저장한 정자(n)의 방출을 조절하여 알(n)수정된 알(암컷2n) 또는 수정되지 않은 알(수컷n)을 산란할 수 있다. 즉 암수 성비를 조절할 수 있다. 개미류, 꿀벌류, 말벌류의 모든 종과 총채벌레류 및 깍지벌레류 일부에서 볼 수 있다. 암컷이 짝짓기를 하지 않고도 어미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암컷자손으로 직접 성장하는 배수체(2n)의 알을 낳는다. 각각의 자녀는 이어서 단위생식을 통해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단기간에 많은 자손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진딧물, 깍지벌레, 일부 바퀴류와 대벌레류, 바구미류가 이런 번식을 한다.

다섯 번째 탈바꿈을 한다. 나비 유충과 성충처럼 성장하는 과정동안 유충과 성충이 서로 다른 먹이, 공간에서 서식한다. 이러한 변화는 종의 생존, 분산, 번식을 하는데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응 능력이 매우 빠르다. 다양한 개체군, 높은 생식능력, 상대적으로 짧은 생활사의 조합을 통해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풀 확보와 광범위한 화학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고 다음 세대에 유전시켜 주는 능력이 있다. 안승락 국립중앙과학관 곤충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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