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
정부에서 코로나(COVID-19)백신을 의료 일선에 우선 공급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의료종사자 및 환자들은 일차 접종을 했고 이차 추가 접종을 앞두고 있다. 필자도 요양병원 종사자로 일차 접종을 맞았고 이차 접종을 앞두고 있다. 백신 접종 후 가벼운 두통과 발열이 있었다. 해열제를 한 차례 복용했고, 그 후 별다른 이상 증상은 없었다. 이후 필자가 촉탁 관리하는 요양원 종사자 및 입소자들을 직접 접종했다. 접종 당시 모든 접종자들에게 해열제를 미리 준비하도록 권했고, 다행히 미열을 호소한 일부를 제외하곤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접종을 직접 한 의료인으로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혹시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걱정이 되긴 했다. 개인적으로 부작용이 조금 있더라도 국내 개발 백신을 맞고 싶었다.

요즘 코로나 백신으로 언론이 뜨겁다. 백신을 접종한 후 부작용으로 혈전, 발열, 척수염 등이 발생했다는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는 백신을 공급하면서 모든 부작용에 대한 보상을 책임지겠다고까지 말했지만, 접종을 앞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구상 모든 이들은 약 일 년여간 바이러스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과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으며, 이 변화는 계속되고 있고 진행형이다.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던 중세 페스트 대유행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변화는 심각하고 진행형이라는 게 두렵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보니, 초기 코로나 출현 시기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경각심이 덜한 부분도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한 놈이 아니다. 앞으로도 신종과 변종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 유행은 박테리아 유행과는 다르다. 둘 다 유행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그러나 박테리아는 치료제만 있으면 되지만, 바이러스는 궁극적으로는 치료제가 필요하나 우선적으로는 백신이 `게임 체인저`이다.

문제는 백신의 후유증이다. 모든 신종바이러스가 그렇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돌발적이고 너무나 갑작스럽게 출현하니 백신의 개발 기간이 부족했고, 이에 대한 임상 기간이 짧아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게 문제다. 모든 임상이 `신속 심사권(fast tract)`으로 진행됐고, 결과 도출 시간 및 집단의 부족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우리나라는 접종 가능한 백신을 국내에선 한 종류도 개발하지 못했고, 외국 회사 제품을 수입해야만 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백신이 게임 체인저라 생각해 너도나도 백신을 선점하다 보니, 우린 그나마도 선택할 수 없었고, 수입 가능한 제품을 사 올 수밖에 없었다. 백신이 중요한 게임 체인저라는 점을 깨닫지 못한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 미스도 한몫했다.

백신 개발은 첨단 의료기술이 필요하며, 수천억 원 또는 많게는 수조 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단순히 몇백억 원의 자금으로 백신을 개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 백신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수조 원을 투자한 후 회수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기초의학 연구에 자금을 투자하고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백신 후발 국가에선 국가 주도의 연구소 및 개발팀을 두고 미래 지향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국내의 제약 바이오업체의 영세성으로 한두 업체에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제라도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정부기관을 설치하고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자.

우리에게 맞는 백신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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