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빈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지점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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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나폴레옹 전쟁이 터지자 영국은 기존 소비세로는 전쟁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다. 당시 영국 수상이던 윌리엄 피트는 개인의 모든 소득에 과세하는 소득세를 입법화했다. 하지만 개인의 모든 소득을 신고할 것을 요구해 납세자 반발을 초래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영국의 다음 수상인 어딩톤은 과세 대상을 소득 원천별로 구분, 과세하는 소득세로 수정했다. 소득을 토지, 금융자산, 사업소득 그리고 국가 및 공공기관의 급여 등 네 종류로 구분, 해당하는 소득만을 과세한 것이다. 이후 영국의 소득세는 수정을 거듭하며 1842년에 어딩톤의 소득세가 지금의 제도로 확정돼 이어지고 있다. 어떤 소득에 세금을 과세할 것인가는 세법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소득에 대한 과세는 규정방식에 따라 포괄주의, 열거주의로 구분된다. 포괄주의 방식은 원천에 관계없이 모든 소득에 과세하는 방식이고, 열거주의 방식은 소득을 원천으로 구분해 그 원천 중 세법에 열거된 소득만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포괄주의 방식은 미국·일본 등에서 열거주의 방식은 영국·독일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열거주의 방식을 기본으로 일부 소득에 유형별 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법률에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되지 않는다.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지만 법률에 열거되어 있지 않아 과세되지 않는 소득을 종종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개인이 자동차를 수집 또는 보유하고 있다가 팔아서 이익이 발생해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취미로 스포츠카를 수집해 보유하고 있다가 당초 취득가액보다 몇 배 높은 가격으로 팔아서 차익을 보는 경우에 해당된다. 일반인이 상장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얻었을 경우에는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이나 상장법인의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상장법인의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일지라도 증권시장이 아닌 곳에서 양도한 것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금을 사고파는 것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 개인이 집에 있는 금을 팔아서 얻은 이익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최근 법률에 열거되는 소득이 하나 추가됐다.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그 동안 비트코인 거래 과세와 관련한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시세차익 과세에 대해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없었다. 여러 논란에도 비트코인 거래 시세차익에 대해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다. 이번에 통과된 가상자산(암호화폐) 기타소득 과세 규정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는 암호화폐를 매도·매수하는 과정에서 생긴 투자수익은 물론이고 증여나 상속받은 암호화폐도 모두 과세대상이 된다. 특히 암호화폐 투자로 연간 25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면 그 초과분의 22%(주민세포함)를 기타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2022년부터는 비트코인 투자로 연간 1억 원을 벌었다면 250만 원을 제한 나머지 9750만 원의 22%인 2145만 원을 기타소득세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면 제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규정하는 법안이 만들어진다. 그 후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서 벌어지는 소득에 대한 과세 규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소득세법 개정을 통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기타소득세를 도입했다. 그 동안 방치됐던 가상자산 거래를 처음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 동안 과세되지 않았던 소득이 과세되는 과정에 당연히 많은 혼란들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은 개인의 자진 신고가 없으면 해외 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를 알아내기 어렵다. 정부는 60%의 가산세 부과 등 탈세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자진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특성상 많은 종목에 대해 짧은 기간에 수백 번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개인 입장에서 소득금액을 제대로 산정하기 쉽지 않다. 또한 여러 거래소를 동시에 이용하거나 개인 간 거래 플랫폼까지 감안하면 세금 계산에서부터 상당한 곤란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는 2022년 처음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납세자, 과세당국, 세무 전문가들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언제쯤 제대로 정착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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