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최근 최고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AI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는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최적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최적화란 동일한 투입(input)에 대해 최대치의 산출(output)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기계적으로 보면 목적 함수의 함수값을 최적화시키는 파라미터(변수) 조합을 찾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메라 캘리브레이션에서 카메라 파리미터(초점거리)를 찾는 것, 고저가 있는 지형에서 목적지까지의 차량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이동경로를 찾는 것 등이 모두 최적화에 속한다. AI의 최적화의 예는 에어비앤비를 들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머신러닝에 기반해 가격 책정시스템을 최적화 시키고 있다. 특별한 이슈가 생겨서 여행객이 몰리는 지역이나 휴가철 등 여행객이 많은 시즌에는 가격을 올려 수익을 높인다. AI가 이러한 지역적, 계절적 수요변화를 가격탄력성과 함께 고려해 가장 높은 가용가격을 제안해 준다. 집공유자는 이를 통해 최적의 가격을 결정, 예약률과 매출을 늘릴 수 있고, 에어비앤비의 수익률 또한 높아진다.

AI의 자동최적화는 AI가 이 일련의 과정을 스스로 해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AI자동최적화 모델은 다음의 몇 가지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목적을 이해한다. 둘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한다. 셋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를 한다. 넷째, 설계한 대로 실행한다. 다섯째, 실행결과를 지속적으로 예측, 모니터링해 최적화를 위한 재설계와 재실행을 한다. AI 자동최적화의 예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개발한 자동화 로봇 테라센티아(TerraSentia)이다. 머신러닝기술과 자율주행기술로 만들어진 이 로봇은 작물 사이를 이동하면서 센서와 카메라를 사용해 작물의 상태를 측정한다. 테라센티아는 작물의 성장률이나 잎의 색깔 등 다양한 요소를 관찰해 식물의 성장상태를 인지한다. 어떤 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 식물은 무엇인지 구별해 낸다. 다양한 농작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별 식물마다 요구되는 조건을 인지하고 이에 맞추어 상태를 파악하고 유지한다. 작물의 질병을 조기에 포착하고 해충도 탐지해서 예방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자동화 로봇 테라센티아는 하루에 10만 평 정도 규모의 일을 해치우며, 각 작물이 최적의 상태로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대전은 비교적 과학·산업의 혁신생태계가 잘 구성돼 있는 편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바이오메티컬규제자유특구, 산업단지, 스타트업파크, 혁신도시, 소셜벤처거리 등이 과학과 산업발전을 위한 특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그 안에는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공공 및 민간 지원기관, 또 혁신공간이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발달된 혁신생태계라고 말하긴 어렵다. 테라센티아가 작물을 최적의 상태로 자랄 수 있도록 관리를 하듯, 대전의 과학·산업 혁신생태계의 최적화를 위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혁신생태계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혁신생태계의 상태를 측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연구기관, 대학, 기업, 지원기관 등 혁신생태계의 구성주체나 구성주체 내 개별 기관들이 각각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또 잘 연계돼 발전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각 구성주체 또는 기관별로 필요 성장조건을 파악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이들이 혁신생태계 내에서 서로 연계되며, 그 결과가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수정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지금, 자연상태에서 자라나던 작물을 테라센티아가 인위적으로 최적화해 작물이 보다 더 잘 성장되도록 하듯이, 어쩌면 대전의 과학·산업 혁신생태계도 첨단기술을 활용한 인위적인 최적화가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그리고 이 학습을 통해 처방과 관리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데이터를 모으는 시스템은 절대적이다. 성을현 충남대 과기지식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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