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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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자체 조사를 통해 `자신신고 외 부동산 투기 의혹이 없다`고 발표한 지 단 하루만에 경찰이 세종시청과 시의회 등을 일제히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이번 강제수사에서 시가 조사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 밖에서의 투기 정황도 포착하면서 파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연이은 압수수색에 따라 공직사회 안팎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21일 세종시 등에 따르면 세종경찰청과 충남경찰청은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시청과 시의회,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세종경찰청 수사과는 시 토지정보과·건축과·산업입지과, 시의회 사무처 등 4곳에 수사관 12명을 파견해 연서면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투기 의혹과 관련된 토지거래 내역과 산단 지정을 위한 시의회-시 회의록, 의회 사무처 조직도 등 자료를 확보했다. 지역 공무원 3명과 민간인 4명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산단 예정지를 매입한 뒤 임시건물을 지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충남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전담수사팀도 시청과 행안부, 지역 공인중개업소 등 8곳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충남경찰은 내사를 통해 세종시의 한 공무원이 세종 읍·면 지역 일부 토지를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경찰은 또 해당 공무원의 토지 매입 시기에 긴밀히 연락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 행안부 소속 직원의 컴퓨터를 압수했고, 메신저 서버를 관리하는 전산센터도 수색했다.

전날 시 부동산투기 특별조사단이 "중간 조사 결과 자진신고 1건을 제외하면 투기 의혹이 추가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발표한 지 24시간 만에 세종과 충남 경찰이 동시에 압수수색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충남경찰이 시 부동산 투기 특조단의 조사 범위를 넘어선 지역에서 투기 정황을 포착하며 시 자체조사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간 지역 시민사회단체·정치권과 학계 교수 등은 부동산 투기 특조단 조사 대상을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연서면 부동·와촌리 일원)로 제한해선 안 되며, 산단 인접 지역의 토지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하루아침에 두 곳의 경찰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세종 지역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시 자체조사 결과 특이 사항이 없었고, 사실상 부동산 투기 내부 조사가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씨는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내부 조사에서 특이 사항이 없었고 조사가 잘 마무리 된 줄 알았다"며 "시가 경찰이 요구하는 부동산 투기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슨 이유로 압수수색까지 벌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B씨는 "현재 공무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침부터 갑자기 경찰들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자료를 요구하는 통에 직원들이 업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며 "사안이 심각한 만큼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해 의회 청렴문제와 맞물린 점도 있고 해서 의원들까지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역 투기 의혹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시는 전날 부동산 투기 특조단 결과 발표 자리에서 밝혔던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상지역 확대나 추가 조사는 없으며, 제보 창구만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특조단 단장을 맡고 있는 류임철 행정부시장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가장 확실하게 밝히는 방법은 경찰에서 조사 하는 것이다. 시는 경찰에 비해 정보력이 약하고, 정황을 포착해도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며 "현재 경찰이 세종시 전역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있으며 시 또한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정부합동수사본부가 나서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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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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