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부동산 투기조사 발표는 당초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세종시는 18일 국가산업단지 투기 의혹 조사 결과 공무원 3명을 제외하고는 해당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자진 신고한 것 말고는 이번 조사를 통해 밝힌 게 아무것도 없다. 이를 두고 `맹탕 조사`, `셀프조사`, `공무원 면죄부` 등 온갖 비난이 일고 있다. 투기 의혹은 산더미 같은데 달랑 3명밖에 없다는 게 상식을 벗어난다. 세종시 발표를 보고 "설마 그걸 믿으라는 말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사는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만 놓고 따지다 보니 처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세종시 연서면 국가산단 부지에서 산단 지정 직전 1년 전까지 투기한 공직자만 걸려들었고, 국가산단 이외 지역을 노린 사람이나, 차명 거래한 `프로 투기꾼`들은 다 빠져나갔다. 결국 공무원 몇 명을 희생양 삼아 나머지는 모두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너무 깨끗한 공무원들이다. 뻔히 보이는 조사를 해놓고 `이 정도면 우리는 깨끗하다`는 말인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의도했던 안 했던 이번 조사는 어설픈 셀프조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인근 지자체인 대전시와 충남도의 특별조사도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전시는 당초 소속 공무원 4000명에 대해 투기 조사를 하려다가 범위를 확대했다. 5개 자치구와 대전도시공사 직원까지 포함해 모두 8700명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조사 범위는 도시개발구역 말고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1000㎡ 이상의 전답과 임야까지 넓혔다. 충남도 또한 `부동산 투기의혹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16일에는 시군에 부동산 투기조사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오는 6월 말까지 300억 원 이상 규모의 도시·택지개발, 산업단지 등에 대한 공무원들의 토지거래를 살필 계획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이번 조사에서 세종시의 `맹탕 조사`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누차 봐왔지만 조사 지역 내 공무원 명단과 토지거래내역을 대조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모든 정보망을 동원해 개발지구뿐 아니라 그 주변 지역의 의심 거래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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