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 대신 매대 자리 차지하고 있는 타 시도 농산물과 수입농산물
같은 조합·같은 상품임에도 상이한 가격… 소비자 혼란

18일 대전지역의 한 하나로마트에서 `조합원 생산 우수농산물 직거래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직거래코너에는 지역농산물 대신 미국산 오렌지와 태국산 망고, 제주도산 한라봉과 천혜향 등만 자리하고 있다. 사진=정민지 기자
18일 대전지역의 한 하나로마트에서 `조합원 생산 우수농산물 직거래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직거래코너에는 지역농산물 대신 미국산 오렌지와 태국산 망고, 제주도산 한라봉과 천혜향 등만 자리하고 있다. 사진=정민지 기자
대전지역 농협 하나로마트가 `지역 농가 보호`라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로컬푸드(지역농산물) 판매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측은 로컬푸드 판매실적이 연간 10억-3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로컬푸드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조합도 상당수 확인됐다. 게다가 같은 조합, 동일한 상품군에서도 각 지점별로 판매가격이 달라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하나로마트는 농협중앙회 산하 농협경제지주 계열사 또는 지역 농축협이 운영하는 유통 할인점으로, 전국 2219개의 매장 규모를 자랑한다. 대전지역은 37개 매장이 지역 곳곳에 포진돼 있다. 하나로마트는 지역 농가로부터 농축산물을 사들여 지역 농가를 활성화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전지역의 경우 농가 수가 타 시도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어 로컬푸드의 판매량은 저조하기만 하다. 실제로 지역 하나로마트에선 로컬푸드 매대는 물론 지역농산물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날 A농협본점에선 조합원 재배 작물로 시금치 한 상품만 판매되고 있었으며, B농협본점과 C농협본점은 조합원 생산 농산물이 한 상품도 입고되지 않았다. 지역 하나로마트 한 매장에선 `조합원 생산 우수농산물 직거래코너`라 적혀 있는 안내판 아래 지역 농산물은 찾아볼 수 없이 미국산 오렌지와 태국산 망고, 제주도산 한라봉과 천혜향 등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다른 매장에선 시중 대형유통점에서만 만날 것 같은 칠레산 체리와 호주산 블랙사파이어도 매대에 내놨다.

하나로마트 한 관계자는 "도심이 많은 대전은 로컬푸드가 있을 수가 없다"며 "로컬푸드 매대가 있는 하나로마트는 대전에선 한 군데도 없는 거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로컬푸드는 매장에 오늘만 없는 게 아니라 전부터 쭉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같은 조합 하나로마트인데도 동일 상품에서 가격 차이를 나타내며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A농협본점의 경우 ㎏당 9900원하는 딸기가 같은 날 A농협 D 지점에서 상품성에 차이가 없었지만 최대 1만 2000원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또 A농협 E 지점에선 6900-1만 1500원선으로 가격의 등락폭이 컸다. 충남 시군에서 생산된 쌀 한 상품도 ㎏당 5800원하는 A농협 본점과 달리 A농협 D 지점에선 7200원으로 좀 더 비쌌다. 같은 조합은 아니지만 같은 하나로마트라도 매장이 다르면 가격도 크게 차이났다. C농협본점에선 달걀(특란) 30알을 9000원선으로 팔았지만 같은 날 F농협 지점에선 7000원에 판매됐다. 서구 둔산동에 사는 최모(42)씨는 "농산물은 그렇다 쳐도, 포장돼 있는 쌀까지 가격이 다른 게 이해 가지 않는다"며 "다른 일반 대형마트처럼 하나로마트면 동일한 상품에서 가격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왜 다르게 판매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지역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의 전체 판매실적은 2019년 16억 원에서 지난해 31억 원으로 오르는 등 실적이 좋아졌으며, 조합별로 로컬푸드를 취급하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며 "수입농산물의 경우 조합원들이 원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들여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산물은 농업인이 직접 가격을 결정하고, 같은 조합일 경우에도 본점과 지점에 따라 각기 다른 농업인들이 다른 농산물을 가져오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쌀 같은 경우 같은 브랜드임에도 원산지(생산지)에 따라, 즉 대전 쌀인지 충남 모 지역 쌀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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