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아빠' 대전시서점연합회 이동선 회장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지난 10년간 지역 서점 878곳이 자취를 감췄다. 이미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출판업계 독점으로 입지가 좁아진데다 언택트(Untact) 바람은 지역 서점의 소멸을 부추겼다.

지역 서점 활성화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다. 지난 2월 발족한 `대전광역시서점연합회`, 그 중심에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59·사진)가 있다.

`대전에 세계적인 책 마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이 대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곤 한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읽혀준 책만 1만 권이 넘을 것으로 추산할 정도다.

이 대표는 방문객들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 `왜요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서점은 `책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공간`이다. 부부의 연을 맺을 때 배우자를 선택하듯 책과 관계를 맺는 것 역시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 수업이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서점 나들이를 적극 권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녀 손잡고 서점까지 걸어가기` 캠페인을 벌여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인용하며 "학교와 도서관 출입이 어려운 지금,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 환경과 능동적인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 중심이 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가와 학교 근처에 도서관과 서점이 많이 있어야 아이들 독서 습관 형성에 좋다"고 설명한 그는 "유흥가나 먹자골목만 있는 것도 아이들과 책이 멀어지는 데 한 몫 한다"고 지적했다.

무너져가는 지역 서점의 현실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연합회를 만들었다는 그는 `마을이 세계를 구할 것`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인용하며 지역서점들의 자구적 노력과 함께 시설비 지원 등 지자체·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책 모색, 그리고 시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책 장려정책에 대해 이 대표는 "효과는 좋은 편이었다. 다만 예산적인 한계가 있었다. 예산이 많이 투입돼야 더 많은 책을 제공할 수 있는데, 아쉬운 감이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할인 제도의 문제점을 상기하며 "교육과 문화는 시장논리로 다가가선 안 되는데, 시장논리에 편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경기 활성화 차원을 넘어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아빠`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꿈꾸는 세상은 코로나19 언택트 시대에 또 다른 감흥과 반향을 얻고 있다. 박상원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