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각종 경제지표 하락 속 집값만 폭등
LH·세종發 투기의혹 국민에 상실감 분노 안겨
무주택 서민 기약없는 셋방살이 언제 끝날까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를 기업의 투자 확대로 연결시켜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내용이다. 임금근로자의 소득이 향상되면 소비로 연결되고 이는 곧 생산과 유통, 내수활성화로 이어져 소득분배의 불균형도 해소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4년간 기대했던 내수활성화는 온데간데없고 코로나19여파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등 나랏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1-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살펴보면 내년 나랏빚이 1000조를 웃돌고 2024년에는 14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대출 규모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하며 이달 기준 1000조를 넘어섰다. 각종 경제지표는 `성장`이란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뒷걸음질한 반면 국가와 개인 가계 모두 부채만 늘어난 셈이다. 다만 아파트 가격과 땅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성장(?)한 지표로 자리매김 했다. 결국 막바지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대신해 부동산 가격 폭등 등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이를 방증하듯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현재까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25차례나 관련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오히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초래하며 서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졌다. 실제 2017년 대전의 아파트 가격(매매기준) 연간상승률은 1.56%로 조사됐다. 이듬해 2.46%의 상승률을 나타낸 대전의 아파트 가격은 2019년 8.07%에서 지난해 18.14%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 기간 대전은 경기 침체 속 세종으로의 인구유출이 가속화됐지만 집값 상승만은 건재했다. 같은 기간 세종은 보합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44.93% 오르며 타 시도에서 보기 드문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종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따른 부동산 불로소득은 상대적 빈곤 즉, 벼락거지를 양산하며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각종 투기 의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은 무주택 수요자뿐만 아니라 서민 대다수에게 막대한 상실감을 심어주고 있다. LH 직원연루 투기 의혹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전반에 걸쳐 신뢰 손상 등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종에서는 `세종 스마트국가산업단지`와 관련한 투기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형적인 복마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앙부처, 자치단체, 지방의회 등 전·현직 공직자들이 줄줄이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정부가 무수히 많은 집값 안정, 투기 억제 정책을 폈지만 집값은 역대급 상승률에, 전국 곳곳의 개발 현장에서는 투기 악취만 진동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이은 투기 광풍에 문재인 정부도 부랴부랴 부동산 적폐청산 의지를 내비쳤지만 바닥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4%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동산 급등과 투기 의혹 등 불로소득 이면엔 무주택 서민이 느껴야 할 고통이 너무 크다. 집값 거품에 따른 부담은 언감생심으로 전셋값 상승분을 쫓아가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에 전세가율도 상승폭을 같이하고 있는 데다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새임대차법은 되려 매물잠김과 전셋값 폭등을 불러왔다. 치솟는 물가에 뻔한 월급, 자녀 교육비 등 가뜩이나 녹록지 않은 생활 형편에 주거 부담마저 한층 가중되고 있는 요즘이다. 대다수 서민 무주택자는 불로소득까지 바라지 않는다. 계약 기간이 도래하면 보증금 인상 등으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월세와 전세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보금자리 하나만을 희망할 것이다.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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