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빈부격차 심한 대전…저소득층 학생들 입시 '비상'
저소득층 EBS 교재 지원↑, EBS 연계율↓…엇박자 내는 정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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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EBS 연계율이 대폭 축소되고 출제방식도 직접연계에서 간접연계로 바뀌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값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EBS를 통한 교육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EBS 연계율 축소에 따른 입시 부담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줄어드는 EBS 연계율을 놓고, 정부가 앞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내놓은 정책과 어긋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에 따르면 EBS 교재·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율이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기존 70%에서 50%로 대폭 축소됐다. 출제 방식 또한 과목 특성에 따라 EBS 교재를 변형한 간접연계로 전환, 영어 영역의 경우 연계 문항이 모두 간접연계 방식으로 출제된다. EBS 교재에서 나온 지문이나 문항이 그대로 출제되는 게 아닌 수록된 내용이 변형돼 출제되는 방식으로 개편되는 것이다.

EBS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 격차가 뚜렷한 대전 지역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유다.

지난해 대전 지역 전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5만 원으로 1년 전 58만 8000원과 비교해 6만 2000원 올랐다. 전체적인 사교육비 총액은 줄었지만 기존 사교육 수요자들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내고 학원 등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전 지역 내 학원가가 형성돼있는 동네를 중심으로 사교육 수혜자가 형성돼있어 학생 간 교육 격차 차이가 큰 상태"라며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EBS 연계율 축소는 저소득층 학생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교육계에선 개편된 수능 시험이 교육부가 추구하는 키워드인 `공정성`과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EBS 무상 교재 지원 대상자를 교육급여 수급자까지 확대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고교과정 학습을 지원한다는 대응책을 냈는데, 정작 수능에서의 EBS 연계율은 축소되기 때문이다.

다만 EBS 연계율 축소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설명·암기식 수업 방식인 EBS 연계 방식이 공교육의 폐단을 가져왔다는 주장에서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의 EBS 교재를 통째로 달달 외우는 공부법이 공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며 "EBS 연계율이 줄어들면 저소득층 학생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저소득층 학생은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정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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