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김용언 기자
취재2부 김용언 기자
양자전송(Quantum Teleportation).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한 드라마 속 빈번하게 나오는 말이다. 입에 잘 붙지 않는 이 과학 용어는 풀어쓰면 일종의 시·공간 이동이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공유한 정보로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는다. 작중 가상 기술인 `업로더`는 사물이 아닌 사람을 이동시킨다고 한다. 이 때문에 타임워프(시간 왜곡으로 인한 혼란)가 벌어진다는 게 드라마의 얼개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과학 용어를 꺼내든 이유는 대전 곳곳에 퍼져나가는 혼란 때문이다. 인구부터 경제까지 정체기에 놓였던 대전은 지난해부터 연이은 호재를 누리고 있다. 정상궤도에 오른 역세권 정비와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지정까지.

대부분의 사업들은 과거 `철도 메카` 대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도심공동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재가 신호를 보내고, 과거 찬란했던 `철도 메카` 대전이 이를 받아들여 양자전송 되는 느낌이다.

과거와 미래를 맞바꿔 소환하는 업로더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빗대어진다. 혼란스러움은 어디에서 올까. 불행히도 현재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만드는 도심융합특구 유치 과정에서 대전시가 드러낸 행정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앞선 1차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시는 최근 2차 발표에서 선도사업지로 정해지는 수확을 얻어냈다. 낭보에 먼저 들떠야 할 시였지만 머쓱함이 가득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10일 오후 `대전역 일원을 포함한 2곳이 사업대상지로 적합하다`고 결정했다.

같은 시간 시 담당 공무원은 "아직 아니다. 심의는 내일(11일) 오후"라는 엉뚱한 말을 했다. 확신이 없던 시간이 2-3시간쯤 지난 무렵. 시는 뒤늦게 특구 선정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대전역 일대 원도심의 적지않은 변혁을 가져 올 도심융합특구는 이렇게 헐레벌떡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시민들은 궁금하다. 무언가 들어선다고 하는데 그곳이 어디고 어떤 시설이 만들어지는지. 청사진에 담긴 경제효과도 좋지만 이면에 숨은 시 공무원들의 무딘 감각과 떨어지는 속도감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업을 가져오는 것 만큼 매끈하게 닦는 것 또한 중요하다.

취재2부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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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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