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지난해 한 해 동안 마스크 강제 사용, 집회, 모임·여행의 금지 또는 제한으로 너무나 답답하게 지내왔다. 중학생인 아들도 방학에 해외여행 다녀온 사진을 보면서, 가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하루 400-500명 발생하는 것을 이제는 단순 독감 유행 정도로 치부하면서 다들 무덤덤하게 살아야 할까? 외국 상황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그래도 정부지침을 잘 따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감수하고 지금까지는 잘 참고 지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참아야 할까? 아니 계속 참을 수 있을까?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지난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78만 명분, 화이자 백신이 5만 8000명분이 들어오면서 접종이 시작됐다.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달 26일 전국 각지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1월 20일 이후 1년 37일 만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재활센터나 다른 재활·요양병원에서는 고령자, 장애인, 기존 질환을 가진 만성질환자 등이 대부분이어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취약한 상황이다. 정부도 우선 접종대상자로 이들 병원의 의료진과 입원 환자를 포함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지켜본 접종 현장 1·2호 접종 대상자도 어린이재활병원장과 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사였다.

하지만 이번 백신을 접종받은 의사들 중에서 심한 부작용에 대한 경험담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백신 접종 후 전혀 이상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접종 8시간 후부터 심한 근육통, 두통, 안통, 인후통, 해열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발열 등으로 심한 고생을 해서 다음날 출근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해서 사망 등 중증 합병증에 대한 보고는 없다. 백신의 임상연구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가 관찰되므로 당연히 전 국민에 대한 접종을 진행해야 하지만, 접종 후 심하게 고생했다는 소식에 이번 주에 접종을 받을 예정인 저자는 기대와 두려움 속에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음에도 아직까지 여전히 매일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신규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럼 백신 효과는 실제 있는 건가?

신약 개발 후 임상연구는 3상까지 진행 후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정부 허가를 받아서 시판을 할 수 있다. 현재의 백신은 빠른 속도로 진행된 1·2·3상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응급 사용 승인을 받은 것으로, 이후 다시 정식 허가를 받아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3상 임상연구 이후에도 실제 진료 환경에서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사용한 뒤 약물의 부작용과 효과를 추가로 검증하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19 백신은 먼저 사용한 미국의 사례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기대가 된다. 미국의 요양시설에서 접종을 시작한 후 코로나19 신규 환자 발생이 근무자는 83%, 요양시설내 환자에서는 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일반인은 58% 감소한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효과다. 이스라엘은 전 인구 900만 중 거의 절반 수준이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후 무증상 확진자에서 전염은 89% 감소하고, 확진자에서는 93% 보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에서 마스크 사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일부 보도도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도 참고, 지인들과의 모임도 참고, 정부가 하라는 것을 잘 따랐다. 이제부터는 정부의 몫이다. 빠른 시일 내에 안전한 백신을 미국과 이스라엘처럼 충분히 확보해서 백신 접종 3개월 이후부터는 확진자 발생이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고, 불안감 없이 쇼핑도, 모임도, 식사도, 여행도 했으면 좋겠다.

조강희 충남대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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