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좋아하는 거리가 있나요? 혼자만의 거리, 잠시 산책을 위한 나만의 거리가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볼 꺼리 먹을 꺼리가 있는 걷기 좋은 동네의 골목길, 작은 서점과 카페, 한 끼 식사를 가볍게 할 수 있는 맛집이 있는 거리, 왕복 30분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곳. 하지만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흘려듣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은, 누군가 종을 울린 듯, 마치 스위치를 켠 듯한 문장이 귀에 들렸다. "좋아하는 거리가 있나요?" 떠올려 보려 애썼지만 없었다.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군가 잘 정비된 포장도로 위에 줄을 그어 놓고 "이곳이 거리요." 하고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드나들고 물건이 오가며 쉴만한 그늘이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우리는 거리라고 부른다. 하루아침에 만들어 질 리 없다. 여러 사람이 공들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이런 곳을 쉽게 찾을 수 없다.

골목마다 자동차들이 길을 막고 있고 4층 신축건물은 남몰래 방 쪼개기를 하고 있다. 덕분에 날이 갈 수록 골목길은 좁아만 간다. 도시의 상가주택은 30년 만 되면 부수고 다시 짓는 게 보통인가보다. 필자의 작업실 주변 동서남북이 다시 지었거나 지을 채비를 하고 있다. 서쪽은 빼야겠다. 다행히 어린이 공원과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공원을 가로질러 보이는 건물이 위태위태하다. 곧 거대한 포크레인에 무너질 게 뻔하다.

거리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뼈대는 집, 건물이다. 유명한 거리를 분석한 건축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기본이 같아야 한단다. 끼리끼리 모여 있는 것을 아름다운 거리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한옥끼리, 빨간 벽돌집끼리, 흰 왜벽에 파란 지붕이 얻어진 집끼리, 끼리끼리 모여 있어야 한다. 아쉽게 우리 도시 대전에서는 찾기 어렵다. 그나마 핫플레이스라고 하며 옛 철도 관사촌을 거론하지만, 막상 가보면 시멘트로 지어진 일본식 근대건축 모사품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아름다운 거리는 여러 사람이 공들이지 않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여러사람이 공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제 여럿이 공들일 차례다. 조부연 대전도예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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